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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나는 임종석의 ‘思文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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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나는 임종석의 ‘思文曲’

입력
2019.01.08 18:48
수정
2019.01.09 01:11
6면
0 0

“떠날 때 되니 부족한 기억만, 함께 고생한 이들에 감사”

정치권에선 여의도 입성 관측… 통일부 장관 입각설도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후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 중국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를 발표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후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 중국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를 발표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탄생과 함께 한반도 평화 국면을 거침없이 연출해온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의 핵심참모로 1년 8개월간 활약하며 정권의 연착륙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첫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국정운영 경험까지 갖추면서 정치적 비중이 크게 높아진 그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임 실장은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고 나서 “그동안 대통령의 초심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참모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기대 수준만큼 충분하지는 못하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이유, 당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책임을 한 순간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올해 안팎으로 더 큰 시련과 도전이 예상되는데 대통령이 더 힘을 내서 국민과 헤쳐나가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개인적인 소회에 대해선 “떠날 때가 되니 부족한 기억만 가득하다”면서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봐 준 국민과 함께 고생한 동료, 언론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짧게 덧붙였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1989년) 의장 출신인 임 실장은 여권 내에선 개혁 성향의 ‘86그룹’으로 문 대통령과 정치적 고락을 함께한 원조 친문 인사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막상 비서실장 임기가 시작된 후에는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1년 8개월 동안 원만한 업무수행을 통해 능력을 증명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7년 12월 UAE 아크부대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만나 현지 상황과 무기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7년 12월 UAE 아크부대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만나 현지 상황과 무기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특히 재선 정치 경험으로부터 오는 정무감각과 인맥,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막후 정국의 조율사로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2017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로 파견 돼 소원해진 UAE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련 논란이 정치권에 불거졌을 땐 직접 여야 지도부를 찾아 꼬인 실타래를 풀기도 했다. 본인의 전공인 남북 문제의 전문성을 살려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에 기여한 점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배석한 것을 포함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핵심역할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고된 업무로 치아를 대여섯 개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점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중 지뢰 제거 작업 현장을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면서 선그라스를 끼고 장관들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기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서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그의 교체가 현 시점으로 앞당겨진 점과도 무관치 않다.

임 실장 본인은 “일단 가족들과 한 6개월 여행을 다니면서 휴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다음 스텝으로 총선 출마를 통한 여의도 입성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임 실장의 도전 지역구로는 이미 서울 종로와 중구·성동을 등이 오르내리는 중이다. 특히 ‘정치 1번지’ 종로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현재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의원이 전임 국회의장 관례에 따라 총선에 불출마 할 경우 임 실장이 지역구를 물려받게 될 것이란 가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정 의원의 정치에 대한 의욕이 가시지 않은 데다 상징성에 무게를 둔 종로보다는 실질적인 ‘험지’에 출마해야 정치적 검증을 통과할 것이란 의견도 없지 않다. 임 실장도 “꽃길을 걷지는 않겠다. 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본인의 전공을 살려 개각에서 곧바로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력질주하면서 상당한 피로감이 쌓인 상태여서 내각 입각보다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숨고르기를 하지 않겠느냐”며 “목표가 대권인 만큼 참모이미지를 벗고 자기 목소리를 키우면서 정치적 보폭을 넓혀 나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예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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