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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냐베 신도시 성공 뒤엔 13년간 디벨로퍼 도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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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냐베 신도시 성공 뒤엔 13년간 디벨로퍼 도전 있었다"

입력
2019.01.09 04:40
수정
2019.01.09 17:5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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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産 베트남 신도시’ 냐베에서 찾은 해외건설 성공의 조건

냐베 신도시 공사 현장에서 보이는 호치민의 강남(푸미옥) 모습. GS건설 제공
냐베 신도시 공사 현장에서 보이는 호치민의 강남(푸미옥) 모습. GS건설 제공

“2005년 호찌민시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의 자매결연 도시인 부산을 찾았을 때 호찌민 시장이 우리 회사(GS건설)가 지은 메트로시티를 보고 크게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회사 임원들이 부리나케 부산으로 가 호찌민 시장에게 현지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할 뜻이 있음을 확인했다. 곧바로 호찌민 주요 지역의 땅을 확보하고 사업 의지를 보였다. 그로부터 착공까지 10년 넘게 걸렸지만 버티고 노력한 끝에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GS건설 베트남 현장책임자)

베트남 경제중심지 호찌민시 내 ‘베트남의 강남’이라 불리는 푸미흥과 불과 10km 떨어진 넓은 평지. 육안으로도 푸미흥의 고층건물이 한눈에 보이는 이 곳은 GS건설의 냐베 신도시 건설현장이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서 신도시 조성을 맡은 건 처음으로, GS건설은 기획, 건설, 분양을 총괄하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냐베 신도시는 베트남 정부가 외국 건설사에 최초로 허가한 BT(Build-Transfer) 사업 부지이기도 하다. BT는 사회간접자본(SOC)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토지를 받아 개발하는 방식이다.

GS건설이 자사 단일사업 중 최대 규모(10조원)인 냐베 신도시 사업의 첫 삽을 뜨기까진 13년이 걸렸다. 신도시 조성엔 회사가 사들인 것 이상의 대규모 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호찌민시가 해당 토지를 수용하고 보상하는 데만 8년이 소요됐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5월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다. 총 면적 349ha(106만평)에 고급 빌라 및 아파트 1만7,043가구와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냐베 신도시는 현재 고급 빌라 359가구를 짓는 1단계 공사가 한창이다. 1단계 공사는 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양승호 GS건설 베트남사업담당 팀장은 지난달 GS건설 호찌민시 현장사무실에서 본보와 만나 “호찌민시가 푸미홍과 냐베를 축으로 하는 남북 개발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최근 도심의 항만을 냐베 바로 아래 힙폭 산업단지로 이전시키고 있다”며 “푸미흥이나 공단으로 출근할 인구들이 거주하기에 냐베가 가장 적합한 터라 현지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냐베 신도시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문 해외 디벨로퍼 사업의 성공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벨로퍼란 사업 발굴부터 기획, 지분투자, 자금조달, 건설, 분양, 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수행하는 ‘종합건설 개발사업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전통적으로 설비(플랜트) 시공이나 아파트 등 주택 건설에 강점이 있는 반면, 디벨로퍼 사업에선 일본과 싱가포르 업체에 크게 뒤처진다. 호찌민 지하철 공사 사업만 해도 일본 디벨로퍼 회사가 기획력을 앞세워 전체 사업권을 따냈고 한국 건설사들은 일부 구간을 재수주해 수익을 내는 형편이다.

GS건설은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자사의 첫 해외 디벨로퍼 사업인 냐베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가 연이은 악재로 크게 휘청거리던 4~5년 전에도 호찌민 땅만큼은 팔지 않고 지켰고, 본사 차원에서 끊임없이 베트남 정부와 교류하며 신뢰를 이어갔다. 양 팀장은 “작은 인허가 하나 내는데 수년이 걸리는 베트남이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선 한국보다 더 철저한 자유경쟁체제를 보장하고 있다”며 “디벨로퍼 시스템을 갖춰야만 베트남이라는 큰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건설사들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선전에 자극을 받은 한국의 다른 건설사들도 디벨로퍼 역량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에 ‘스타레이크’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86만㎡ 규모 부지에 냐베와 유사하게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짓는 것이 목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디벨로퍼 전담부서(개발ㆍ운영사업부)를 만들고, 일본의 대표적 디벨로퍼 회사 ‘모리빌딩’ 출신의 박희윤씨를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싸고 질 좋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승부하던 한국 건설사들이 최근 중동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중국 등 후발주자에 밀리는 상황”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대형 플랜트와 단순 도급에 치중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중을 확대해야 해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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