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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친구들아, 햄버거 먹으려면 돋보기 써”

입력
2019.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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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할머니’ 박막례의 이유 있는 조언

유튜브 구독자 6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 할머니 박막례씨가 무인 주문기(키오스크) 체험을 한 후 70대 친구들에게 남긴 말이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구독자 6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 할머니 박막례씨가 무인 주문기(키오스크) 체험을 한 후 70대 친구들에게 남긴 말이다. 유튜브 캡처

“햄버거 먹으려는 70대 친구들 듣거라. 돋보기 쓰고 영어 공부 좀 하고 의자 하나 챙기고 그리고 카드가 있어야 한다.”

유튜브 구독자 6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일명 ‘국민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73)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한 뒤 남긴 말이다. 최근 박 할머니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자 패스트푸드점 무인 주문기 체험 영상을 기획했다.

4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 할머니는 무인 주문기로 햄버거를 사면서 모니터 상 작은 글씨와 낯선 영어 단어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햄버거를 주문한 박 할머니는 무인 주문기를 두고 “무섭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 영상에는 약 1,86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구독자들은 “무인 주문기를 두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실버 세대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8일 ‘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구 일대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맥도날드 종로3가점에서 만난 김종근(74)씨에게 박막례 할머니의 영상을 보여줬다. 김씨는 “박 할머니처럼 대부분 노인들은 글자가 작고 사용하기 힘들어서 무인 주문기를 두려워한다”고 공감했다. 무인 주문기 앞에 선 노인들은 수 차례 주문에 실패한 후 옆에 있던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종로3가 인근 패스트푸드점 3군데 중 맥도날드 종로3가점에만 무인 주문기가 없었다. 이 점포에 있던 이영숙(78)씨는 “줄 서지 않으려면 무인 주문기를 이용하라는 안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오는데, 기계 사용이 어설픈 나 같은 사람은 기다리더라도 직원에게 직접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패스트 푸드점.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을 할 수 있는 '셀프 오더 타임'을 운영 중이다. 이순지 기자
서울 종로구 한 패스트 푸드점.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을 할 수 있는 '셀프 오더 타임'을 운영 중이다. 이순지 기자

2017년부터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비대면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무인 주문기를 이용한 영업이 확산됐다. 특히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패스트푸드점에는 더욱 빠르게 도입됐다. 2014년 직영점을 대상으로 무인 주문기를 시험 도입한 롯데리아는 현재 전국 1,350개 매장 중 825개 매장에서 무인 주문기를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전체 420여 개 매장 가운데 250여 곳에 무인 주문기를 설치했다. 무인 주문기 설치가 늘자 노년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소외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지난해 2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58.3%에 불과했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무인 주문기가 늘어날수록 노년층의 소외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인 주문기 설치가 확산되면서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를 걱정하는 20대도 늘었다. 종로3가 패스트푸드점 버거킹에서 만난 대학생 김진아(21)씨는 “무인 주문기를 이용하다가 카드를 잘못 꽂아 헤맨 적이 많다”며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저도 이 정도인데, 노년층은 얼마나 이용이 힘들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종로3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노인들의 무인 주문기 이용을 돕고 있는 20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무인 주문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층을 배려해 대면 주문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디지털 소외 계층이나 무인 주문기 사용을 불편해하는 손님들을 위해 카운터에서도 주문 가능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극복을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나서 전문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년층도 생활 전반에 디지털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관이나 미디어를 활용해 전문적인 디지털 교육을 하면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버거킹 종로3가점. 이순지 기자
서울 종로구 버거킹 종로3가점. 이순지 기자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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