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주사 1펜(15~20일치) 맞은 후 살이 2㎏ 넘게 빠지니 주위에서 자기도 하나만 나눠주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5펜을 한꺼번에 싸게 구매한 김에 같이 살 빼는 친구에게만 1펜 양도했어요.” (유명 미용커뮤니티 P 게시글)
‘다이어트 주사’ ‘강남주사’로 불리는 비만치료주사 삭센다의 열풍이 계속되면서, 무분별한 처방이나 온라인 불법거래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삭센다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비만치료제로도 판매 중인 주사제.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가 직접 배ㆍ허벅지ㆍ팔 등에 일정량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인슐린 분비를 증대시키는 한편 식욕을 억제해 포만감을 가져다 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비만 환자나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제2형 당뇨ㆍ골혈압ㆍ이상지질혈증 등)이 있으면서 BMI 27~20미만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삭센다는 출시 직후부터 비만ㆍ당뇨환자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중인 일반인에게도 불티나게 팔렸다. BMI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전문의 재량으로 처방한 뒤 판매하면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면증ㆍ우울증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다른 다이어트 의약품과 달리 삭센다에는 이런 부작용이 없는 점도 어필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공급 물량 부족으로‘공급 대란’이 일어났을 정도다.
인기가 식지 않으면서, 의료현장에서 할인을 조건으로 대량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출시 당시 병ㆍ의원에서 1펜 당 13만원 안팎에 팔리던 삭센다는 최근 들어 10만~11만원대에 거래된다. 일부 병ㆍ의원에서는 ‘1펜에 12만5,000원이지만, 5펜을 세트로 사면 1펜 당 9만9,000원에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덤핑공세를 펴고 있다. 그 결과 자신에게 부작용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대량으로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피부과에서 삭센다 세트 구매 할인 홍보글을 보고 3펜을 구매했다는 신모(28)씨는 “소화가 안되는 느낌이 너무 커 15일 정도 복용하고 남긴 상태”라며 “환불도 안 되고 그냥 두자니 아까워 골치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남은 삭센다를 지인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도ㆍ판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법(약사법)임을 아는 판매자들은 ‘ㅅㅅㄷ’, ‘ㅅ센ㄷ’ 같은 명칭으로 은밀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8일 검색한 유명 온라인중고거래사이트에서는 ‘ㅅㅅㄷ 1펜과 일회용 니들(주사바늘) 10개에 11만원’, ‘ㅅ센ㄷ 3개 묶음 20만원’식으로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당국은 의사 처방 없이 병원 직원이 임의로 판매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상선수질암 병력이 있거나 당뇨치료제를 이미 복용하고 있는 환자 같은 경우 부작용이 크고 12주간 투여했는데도 체중이 줄지 않으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편 삭센다 불법판매 행위를 수사 중인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ㆍ피부과 5곳에서 삭센다를 불법 판매한 사실을 확인,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르면 이번 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민사단에 따르면 이 병원들은 본인 대신 가족ㆍ지인이 삭센다를 사 가도 괜찮다는 식으로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민사단 관계자는 “삭센다 불법 판매ㆍ광고와 관련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지만, 식약처ㆍ보건복지부는 병원들에 ‘의사처방을 받도록 하라’는 공문만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