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8~19 여자프로농구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분홍색 구슬이 가장 먼저 나오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전주원 코치, 정장훈 사무국장은 “와!” 함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4.8%의 확률로 성인 국가대표 출신 고교생 가드 박지현(19ㆍ숭의여고)을 품게 된 기쁨의 표현이었다.
2017~18시즌 정규리그 성적 역순에 따라 주어지는 21개 추첨 구슬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의 구슬은 단 1개였다. 6위 OK저축은행이 6개, 5위 KEB하나은행이 5개, 4위 삼성생명이 4개, 3위 신한은행이 3개, 2위 KB스타즈가 2개의 구슬을 추첨기에 넣었는데 우리은행의 단 한 개뿐인 분홍색 구슬이 첫 번째로 굴러 나왔다. 전년도 1위 팀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간 것은 역대 여자농구 최초다. 남자프로농구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적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친 박지현은 지난해 고교생 신분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월드컵에도 대표팀 막내로 뛰었다. 가드로서 183㎝의 큰 키에 스피드, 패스, 리바운드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 2018년 각종 고교 대회 12경기에 나가 평균 24.6점 15.9리바운드 4.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B스타즈 센터 박지수와 함께 향후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 받는다.
통합 6연패를 이룬 우리은행은 박지현까지 품에 안으며 나머지 5개 팀의 질투와 시기를 한 몸에 받았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한테 이런 행운이 올 줄 몰랐는데 큰 행운이 왔다”며 “생각을 안 했던 선수를 뽑아 당황스럽고, 우리은행뿐 아니라 한국 농구를 위해 잘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전주원 코치는 “기본적으로 가르칠 수 없는 센스를 갖춘 선수”라며 “경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야가 좋고, 흐름을 읽어야 가능한 스틸 능력도 빼어나다”고 칭찬했다.
박지현은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는데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고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한국 무대에서 최고가 된 다음 도전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올해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총 27명이 신청했고, 13명이 지명을 받았다. 선발 확률은 48.1%로 2008년 44.1%(34명 신청 15명 지명) 이후 11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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