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파워인물] <4> 이동제 (사)한국해외기술교류협회장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노후 기술이 개발도상국 산업 현장에서는 요긴하게 쓰이는 게 적지 않아요. 이런 기술을 교류하도록 다리를 놔주면 개도국은 산업화를 앞당기고, 한국은 퇴직 기술자들에게 신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1석 2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사)한국해외기술교류협회 이동제(50)회장은 “활발한 기술 교류는 글로벌 상생 경제의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산업기술을 개도국에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새해를 누구보다 분주하게 맞고 있다. 이달 중 베트남 국영 유통기업과 한국 기업 간 기술교류 업무협약을 주관해야 하고, 곧 이어 협회 해외지사 확대 작업을 본격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해외기술교류협회는 2018년 5월 설립된 국내 유일의 민간 기술교류 단체다. 현재 회원은 70여명. 우리나라 전략산업인 정보통신(IT), 생명과학(BIO)분야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협회 본부는 이 회장 고향인 충북 청주에 두었다.
이 회장은 “기술교류 당사국 사이에 상호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만들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협회 설립 취지를 소개했다. 그는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정보제공, 시장개척, 컨설팅, 인증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교류 대상은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농수산업 문화체육 교육 일자리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고 했다.
한국해외기술교류협회의 강점은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다. 출범한 지 반년 만에 협회는 베트남 호치민, 중국 상하이, 몽골 울란바토르 등 3곳에 지사를 개설했다. 지금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이란 유럽 등지서 지사 설립과 업무기반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올해, 협회가 가장 중점을 두는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포스트차이나’로 불리며 미래 경제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협회도 출범 직후부터 베트남과 교류 협력체계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치민상공회의소(VCCI)와 ‘한-베 기업 사업연계 우선협상권’을 체결한 데 이어 11월에는 VCCI의 도움으로 협회 호치민지부도 설치했다. 아세안중소기업연합회, 한-베경제문화협회 등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
협회 측은 특히 VCCI와의 협력 관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장은 “베트남은 상공회의소가 중앙 정부처럼 모든 사업 인허가권까지 행사하기 때문에 VCCI와 구축한 협력기반이 베트남과의 교류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서울, 부산 등지서 국내 기업들에게 베트남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토크콘서트(Let’s Talk Vietnam Business)를 열 참이다. 이 행사는 호치민상공회의소 회장, 호치민경제대학교 총장, 유력기업 CEO등 베트남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 강연하고 국내 기업인과 일문일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지만, 현지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정확한 상황”이라며 “베트남 시장 진출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 ‘Let’s Talk Vietnam Business’에서는 베트남 경제의 속살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가장 따끈따끈한 현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협회가 한 가지 더 중점을 둘 분야는 남북간 기술교류이다. 현재 남북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진척시키고 있는 상황. 협회는 이 가운데 기술교류 한 가지를 전담해 남북 동반성장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남북이 서로 필요한 기술을 적극 교류하고 나눈다면 함께 발전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교류, 협력사업을 원하는 기업들을 모아 새로운 형태의 포럼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협회를 설립한 것은 그 자신이 해외 기술교류의 필요성을 깊이 느껴서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충북경제자유구역청 등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그는 2016년 퇴직 후 무역회사를 차렸다.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개인 기업의 해외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부기관 재직 때 기업지원, 투자유치 업무를 맡아 누구보다 해외 시장의 생리를 잘 안다고 자부한 그였지만, 개인 기업이란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무엇보다 해외 바이어나 기업을 연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는 2017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베트남 정부개발원조(ODA)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기술교류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산업지원공단 기업지원 과장 시절 저개발국의 기업 현실을 접했고, ODA전문위원으로 베트남의 바닥을 보면서 기술교류의 필요성과 교류 허리역할을 해줄 존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런 생각에 많은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공감했고,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에 힘입어 초스피드로 협회를 꾸릴 수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술교류가 침체된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노후 기술을 잘 연결하면 개도국도 발전하고 한국도 은퇴 세대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생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해외 기술교류는 양쪽 모두 이득을 보는 글로벌 경제협력 수단”이라며 “선진 기술을 원하는 해외 산업현장을 우리 기업과 연결해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친한(親韓)국가를 만드는 데 조력자이자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펼쳤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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