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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임기 3년 남겨두고 '돌연사퇴'

입력
2019.01.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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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WB) 총재. AP연합뉴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 AP연합뉴스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가 임기를 3년 넘게 남겨두고 7일(현지시간) 돌연 사임을 발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총재는 2012년에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에 선임된 이후 2016년 연임에 성공, 2017년 7월1일부터 5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임기 만료를 3년반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전격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김 총재는 이날 세계은행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조기 사임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하는 민간 기업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민간부문에 합류할 기회는 예기치 않은(unexpected) 것이었다"면서 "이것이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중요 이슈와 신흥시장에서의 인프라 부족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간부문 합류가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는 설명은 조기 사임 배경이 다른 데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언론은 김 총재가 이끈 세계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원활하지 못했던 관계를 거론했다.

WSJ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세계은행의 중국에 대한 대출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대출을 포함해 세계은행의 대출 행태에 관해 합당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행사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김 총재가 민간 기업 합류 배경을 설명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점도 주목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당초 반대를 철회, 세계은행이 회원국들로부터 130억 달러의 자본을 증액하는 것을 지지했다.

외신들은 김 총재의 내부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도 거론했다.

김 총재가 시작한 긴축 재정과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대해 내부 직원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으며, 특히 직원들은 지도부와 세계은행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세계은행 직원연합은 2016년 세계은행이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으며, 세계은행 통제를 위한 '밀실 거래'(back-room deals)를 끝낼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은행은 지난 70여년간 최대지분을 가진 미국이 총재를 맡아왔으며, 김 총재도 2012년 선임과 2016년 연임 성공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WSJ은 김 총재의 재임 기간 논란이 없지 않았다면서 내부 조직개편을 주도하면서 안팎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총재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했으며 브라운대학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고 이 대학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지낸 보건 전문가로, 2009년 한국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김 총재의 사임으로 다음 달 1일부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김 총재의 사임으로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미국의 세계은행 장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비판적 세력 간에 치열한 싸움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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