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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CG가 완벽해 나도 소름…그래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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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CG가 완벽해 나도 소름…그래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죠”

입력
2019.01.08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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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에 참여한 김기범 웨타 디지털 CG 감독은 “CG 캐릭터인 알리타의 표정이 매우 자연스러워서 작업자들조차 실사라고 착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에 참여한 김기범 웨타 디지털 CG 감독은 “CG 캐릭터인 알리타의 표정이 매우 자연스러워서 작업자들조차 실사라고 착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시각효과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마침내 ‘알리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알리타는 웨타 디지털의 야심을 담은 캐릭터입니다.”

이제는 기술이 인간도 창조한다. 인간을 본뜬 컴퓨터그래픽(CG) 캐릭터가 스크린 속에서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하며 인간다움을 깨닫는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2월 개봉)은 이 CG 캐릭터에 주인공 역할을 맡겼다. 영화의 CG를 책임진 세계적인 시각효과 회사 웨타 디지털의 김기범(41) CG 감독은 한마디로 “혁명”이라고 말했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26세기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두뇌를 가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도시를 지배하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원작인 일본 만화 ‘총몽’에 매료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2009)보다 먼저 기획했던 프로젝트다. ‘씬 시티’(2005)를 만든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캐머런 감독의 시나리오를 이어받아 영화를 연출했다. 캐머런 감독은 제작자로 나섰다.

‘아바타’로 캐머런 감독과 함께 ‘3D 혁명’을 일으킨 웨타 디지털이 또 한 번 혁명을 선도했다. 7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만난 김 감독은 “캐머런 감독이 영화화를 결심했을 당시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작이 연기됐다”며 “지금은 배우와 똑같이 생긴 CG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수준을 뛰어넘어 CG 캐릭터가 실사 캐릭터와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면서 내면의 성장까지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타는 CG 캐릭터이지만 유난히 큰 눈만 아니라면 실제 배우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인간과 흡사하다.
알리타는 CG 캐릭터이지만 유난히 큰 눈만 아니라면 실제 배우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인간과 흡사하다.
왼쪽은 실제 배우, 오른쪽은 디지털 캐릭터다.
왼쪽은 실제 배우, 오른쪽은 디지털 캐릭터다.

‘혹성탈출’(2011~2017) 시리즈의 유인원 캐릭터 시저를 탄생시킨 웨타 디지털에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오랑우탄을 모델로 삼은 시저와 달리 알리타는 인간과 똑같이 표정과 행동으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웨타 디지털은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알리타의 모델인 배우 로사 살라자르의 몸동작뿐 아니라 얼굴 근육과 뼈, 턱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연스러운 표정을 구현했다.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이 제각각 움직이도록 설계했고, 눈은 해부학적 구조를 분석해 동공의 움직임과 홍채의 고유 무늬를 만들어냈다. 배우의 치아와 잇몸, 얼굴 흉터, 잔주름, 피부 모공과 솜털까지 캐릭터에 반영했다. 김 감독은 “인간을 CG로 만들어 움직임을 부여했을 때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어도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어색함을 느낀다”며 “어느 누구에게나 알리타가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매우 놀랍다. 근육의 복잡성 및 연결성과 관계된 디지털 데이터는 ‘아바타’보다 3배 이상 많고, 눈의 구조와 관련한 데이터는 ‘반지의 제왕’(2001)에 비해 320배 늘었다. 감정 표현이 훨씬 정교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이 영화에 클로즈업 장면이 많다는 데서도 웨타 디지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알리타가 인간과 너무 똑같아서 소름 돋는 순간이 많았어요. 영화 후반부에는 알리타가 CG라는 생각을 아예 잊게 될 겁니다. 눈을 클로즈업으로 담은 장면에서는 다른 작업자들이 실사 촬영인 걸로 착각하기도 했죠.”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배우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 감독은 “그럼에도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배우의 고유한 개성과 현장에서 발현되는 즉흥적인 느낌, 애드리브, 긴장감, 인간적인 실수 등은 기술로 창조하기 쉽지 않습니다. 알리타의 개성도 결국 배우에게서 나온 거죠. 배우의 인생이 CG 캐릭터에도 투영됩니다. 기술이 첨단화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찾는 건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김기범 웨타 디지털 CG 감독이 7일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알리타: 배틀 엔젤' 프리젠테이션에서 CG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기범 웨타 디지털 CG 감독이 7일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알리타: 배틀 엔젤' 프리젠테이션에서 CG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 감독은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2007)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할리우드 시각효과 회사 ILM 소속으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아이언맨2’(2010) ‘트랜스포머3’(2011) ‘어벤져스’(2012) ‘퍼시픽 림’(2013)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등에 디지털 아티스트와 조명 슈퍼바이저 등으로 참여했다. 2016년 웨타 디지털로 옮겨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만들었고, 현재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신작 ‘제미니 맨’을 작업 중이다. 김 감독은 “기술의 발전이 영화적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며 “기술만 있다면 저예산으로도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CG 기술 발전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 CG 예산이 얼마인지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예산으로 그 정도 완성도를 구현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할리우드에선 아예 불가능하죠.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한국도 할리우드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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