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국가간의 분쟁 대상 재판
민사분쟁 받아주기 어려울 것”
“日, 전쟁 피해국 분쟁 방지해
일본 국민 여론 환기” 관측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자산 압류 신청에 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까지 시사하면서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국제분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 또한 판결 직후 “ICJ 제소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는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재판 절차 개시가 불가능하다”면서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ICJ는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연합(UN) 산하 사법기관이다. 재판소는 15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과반수 찬성으로 판결을 내린다. 판결을 불이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ICJ는 2014년 일본의 남극해에서의 포경이 과학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 목적이라며 포경 중지를 요구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 소송을 ICJ으로 가져갈 경우, 일단 개인과 기업 간의 분쟁을 ICJ에서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ICJ 규정에 “국가만이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들과 일본의 기업이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서상윤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ICJ는 국가간의 분쟁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간의 민사분쟁을 받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단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청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ICJ는 과거 스페인 정부의 민간기업 국영화 관련 벨기에 정부가 기업 주주들을 대신해 제소한 사건을 재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는 ICJ 재판 절차가 아예 시작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ICJ는 두 나라가 공동으로 제소하거나, 분쟁 당사국 중 한 나라가 제소한 뒤 다른 나라가 재판으로 다투겠다고 ‘응소’할 경우에 재판 절차를 개시한다. ICJ 규정 36조에 따라 국가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ICJ를 통해 해결하는데 동의한 국가끼리는 상대국을 제소할 수 있으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를 수락한 적이 없어 해당사항이 없다. 대법원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응소할 이유가 없어, ICJ에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파상공세는 국내용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위자료 지급의 전제로 일제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강점이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할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평양 전쟁 피해 국가들의 릴레이 분쟁 방지 또한 일본 정부의 노림수로 보인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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