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초반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대회(2015년)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호주가 6일(한국시간) B조 첫 경기에서 요르단에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호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1위고 요르단은 109위다. 인도는 A조 1차전에서 태국을 4-1로 대파하며 1964년 대회 준우승 이후 55년 만에 승리를 챙겼다.
팔레스타인의 선전도 눈에 띈다. 팔레스타인(99위)은 7일 시리아(74위)와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행정수도 라말라 사람들은 무승부로 끝나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무승부에 왜 이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이는 팔레스타인이 아시안컵 사상 처음 따낸 승점이다. 팔레스타인은 후반 24분 1명이 퇴장 당하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끝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AFC 홈페이지는 “퇴장 판정은 팔레스타인의 결의를 더 증가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컵 출전이다. 2015년 호주 대회에 처음 나서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일본, 요르단, 이라크에 1골을 넣고 11골을 내주며 전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팔레스타인의 2015년 FIFA 랭킹은 134위였지만 지금은 99위다. 지난 해 1~5월 랭킹에서는 이스라엘을 앞서기도 했다.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는 “작년에 팔레스타인이 FIFA 랭킹에서 처음 이스라엘을 추월했듯 팔레스타인 축구는 명백히 발전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이 다시 역전(90위)했지만 중요한 건 팔레스타인 축구가 하나의 팀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해 11, 12월 평가전에서 중국, 이란과 연속 1-1로 비겼다. 12월 28일 이라크에 0-1로 패하기 전까지 A매치 7경기 무패(4승3무)를 달렸다.
팔레스타인은 알제리 출신의 누레딘 울드 알리 감독이 지난 해 4월 지휘봉을 잡은 뒤 유럽과 남미에서 온 이중 국적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슬로베니아 어머니와 팔레스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드필더 자카 이흐베이셰(32)가 대표적이다. 이흐베이셰의 아버지는 그가 3세 때 라말라로 돌아갔다. 성인이 된 이흐베이셰는 5년 전 페이스북을 통해 극적으로 아버지를 찾아 팔레스타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ASK 브라보(슬로베니아 2부) 소속이다. 가장 최근 대표팀 일원이 된 미드필더 나즈미 알바다위(27)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그의 가족들은 1948년 전쟁(아랍-이스라엘 전쟁)의 난민 출신이다. 알바다는 내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1부) FC신시내티에서 뛰는 재능 있는 선수다.
팔레스타인은 오는 11일 호주와 2차전을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 열세지만 오랜 분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축구로 희망을 안기겠다는 사명감에 똘똘 뭉친 팔레스타인 선수들이 또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모를 일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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