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관료적 사고” 비판 일자 해명 나서…”집단 응답 거부는 과태료 부과할 수도”
강신욱 통계청장이 “가계동향조사에 응하지 않는 가구에 그간 과태료를 부과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과태료라는 ‘채찍’을 이용해 가구의 소비ㆍ지출을 조사하는 가계동향조사의 응답률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급하게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강 청장은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단순히 조사에 불응하는 가구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선정된 가구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데 따른 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참모진과 가진 차담회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라며 “국민들이 통계 작성에 나서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강압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관료적 사고”라고 일갈하자 강 청장이 직접 해명에 나선 셈이다.
통계법 제26조에 따르면 정책의 수립ㆍ평가 등을 위해 통계청장이 지정하는 ‘지정통계’의 경우 국민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한 가구에는 최대 20만원의 과태료(1회 위반 5만원 2회 위반 10만원 3회 위반 20만원) 부과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실제로는 불응 가구에 적용된 사례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어 ‘사문화’된 조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올해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이를 적용할 것이라는 선정된 가구의 불만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강 청장은 “과태료 부과를 위해 새롭게 법을 개정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앞서서도 (법에 명시된 대로)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 지출 등의 전반적인 생활을 조사하는 가계동향조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 강화 등으로 인해 꾸준히 응답률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2010년 80.6%였던 응답률은 2017년 72.5%로 하락했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통계청은 응답 가구에 주는 조사 답례품(상품권)을 2016년 5만원에서 올해 6만5,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했지만, 매일 가계부를 작성해야 하는 수고에 비하면 충분한 보상이 못 된다는 지적은 이어져왔다.
통계청이 응답 거부에 대한 과태료 부과 논란을 급하게 진화하고 나섰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 거주민 등 특정 가구 집단이 단체 행동을 통해 응답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동향조사 담당인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가계동향조사 대상으로 아파트 한 라인이 선정되기도 하는데 집단적으로 조사에 불응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타인에게 조사 불응을 종용하는 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조사원에게 폭언ㆍ폭행을 하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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