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AI)이 사고 차량의 수리비 견적을 산출하고 보상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 되면 보험금 지급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 보험소비자의 민원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7일 보험개발원은 AI 기반의 온라인 자동차 수리비 견적 시스템 ‘AOS 알파’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발업체는 공개 입찰을 통해 다음달 선정된다. 개발비는 국내 모든 손해보험사가 분담한다. 올해 소요 비용은 4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AI가 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각 부위를 판독하고 수리비 견적을 산출한다. 보험사 보상 담당 직원이 해왔던 기존 손해사정 업무를 맡는 셈이다. 지금도 직원들이 모든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할 수 없어 대부분의 사고 보상이 운전자들이 촬영한 현장 사진에 근거하고 있는 터라, AI가 사진 판독 능력만 갖춘다면 인력을 통한 업무 처리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나아가 AOS 알파는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보험계약 정보를 파악하고 보험금 지급을 자동 진행하는 기능도 갖추게 된다.
AOS 알파 개발을 통해 차량 외관뿐 아니라 엔진 등 내부 부품에 대한 손상도 자동 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보험업계의 목표다. 다만 개발 완료에 앞서 이르면 오는 10월쯤 일부 기능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차량 사고 10건 중 8건은 파손 정도가 경미한 수리비 200만원 이하의 접촉사고”라며 “앞 범퍼와 펜더(차량 바퀴 흙받이), 문짝에 우선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삼성SDS와 함께 시스템 개발의 타당성에 대한 조사를 해왔다. 관건 중 하나는 시스템이 차량 부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선행 연구 결과 AI의 부품인식 정확도가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의 파손 정도를 판단하는 정확도 역시 81%나 됐다.
AOS 알파는 국내 손해보험사에 공통 적용될 예정이라 보험업계 인슈테크(InsureTechㆍIT 기술과 보험의 결합) 시장을 견인할 핵심 사업이 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선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이 필연적으로 일자리 침해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차량 보상업무 20년차 손해보험사 직원은 “AI가 도입되더라도 산출된 수리비에 대한 점검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한다”며 “당장 고용조정이 일어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AI 기반 수리비 자동산출시스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며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자동화 되면 보험사 직원은 보험사기 방지 등 다른 고난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