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견제’ 공동 관심사 일치
네타냐후 총리 조만간 사우디 방문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 가능성 제기
볼턴, 美 시리아 철군 방침 뒤집어
미국의 오락가락 행보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방침이 사실상 무기 연기되고, 미국의 막후 조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상호 정상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전문가인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논평 기사에서 종교 문제로 역사적 갈등을 빚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전례 없는 공조에 나설 태세라고 전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만간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뭉치게 된 데는 미국의 막후 작업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걸프전 협력으로 맺어진 사우디와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들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실세들이 잇따라 중동 지역을 방문해 사우디ㆍ이스라엘 양국 사이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주말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8개 아랍 국가 순방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은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 누구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사우디를 확실하게 붙잡아 중동 국가의 지지를 사전에 확보해 놓으려는 성격도 있다. 하우스는 “네타냐후-무함마드 왕세자 회담은 이란을 고립시키고 봉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뛰어넘으려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세 나라의 깜짝 외교 행보에는 각국 정상의 위기 돌파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급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결정에 따른 비판을 무마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부패 의혹을 종식해야 하고,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도 중동 평화 메이커라는 명성을 얻을 절호의 기회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조건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쿠르드족 안전 확보를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 철군 방침을 사실상 뒤집었다. 2,000여명 주둔미군이 철수할 경우 시리아 전쟁에서 러시아로 힘의 무게가 확 실릴 수밖에 없다는 미국 내부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7일 “미국도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지만 힘의 공백은 무시할 수 없다”며 “때문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에 두 나라의 안보를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대가로 중동 지역의 주요 행위자로 일정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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