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작품상ㆍ라미 말렉 남우주연상 ‘인생역전’
미국 영화 시장을 뒤흔든 마블 스튜디오의 ‘흑인 영웅’(영화 ‘블랙팬서’)도 역부족이었다. 한국을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제76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뜨거웠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블랙팬서’와 ‘스타 이즈 본’ 등을 제치고 영화 부문 드라마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화와 TV 부문 등으로 나눠 수상작과 수상자를 낸다. 골든글로브에서 2관왕을 차지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에선 몇 개의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의 결과를 점쳐 볼 수 있는 지표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작품성은 떨어져 아카데미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긴 하다.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로 열연한 배우 라미 말렉은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5년 영화 ‘워 앳 홈’으로 데뷔해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낮았던 배우의 인생 역전이다. 그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렉은 수상 소감에서 “누구보다 머큐리에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음악 감독 등을 맡은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인 로저 테일러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선 세계 최대 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OTT)인 넷플릭스 작품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영화와 TV 부문 주요 상을 휩쓸어서다.
넷플릭스가 제작해 극장가에 파란을 낳은 ‘로마’는 영화 부문 감독상(알폰소 쿠아론)과 외국어영화상 2관왕을 차지해 아카데미 수상 청신호를 켰다. ‘로마’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수상이 유력하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1차 후보에 올라 있다. ‘로마’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로마’는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원주민 여성 하녀 클레오의 역경을 담은 영화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코민스키 메소드’는 TV 부문 뮤지컬ㆍ코미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부문 드라마 여우주연상은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에 돌아갔다.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은 ‘디 아메리칸즈’가 받았다. ‘스타 이즈 본’에 출연한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쉘로우’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가가는 “음악계에서 여성이 뮤지션으로 인정 받기는 정말 어렵다”고 수상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방송인 줄리아나 랜식 등은 손목에 ‘타임스 업(Time’s upㆍ성폭력과 성차별의 시대는 갔다)’ 팔찌를 차고 레드카펫을 밟아 ‘미투’ 운동의 분위기를 이어 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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