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 전신)에 입사해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경력. 증권업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대표이사직을 역임한 유상호 부회장의 후임. 한국투자증권 수장에 오른 정일문 사장의 어깨에 놓여진 무게감이다. 그런 그가 국내 증권사 중 한 곳도 이루지 못한 영업이익 1조원을 올해 목표로 내세웠다. ‘증권맨’ 30년 생활 중 27년간 투자금융(IB) 분야에서 일해온 영업통의 자신감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사옥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 3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2017년도 영업이익은 6,860억원,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5,3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아직 1조원이라는 목표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증권시장의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만큼의 브로커리지(매매중개)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올해 각 증권사에서 IB 출신 임원들이 사장으로 전진 배치되면서 IB 분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그러나 자기자본매매(PI)와 IB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리테일이 30%, 운용, IB가 70% 비중을 차지하는 등 수익 구성하는 포트폴리오가 한국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고 자부한다”며 “올해 리테일에서 이익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에 잘 해왔던 IB나 자기자본파트에서 분발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2004년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2010년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규모인 삼성생명(공모금액 4조8,881억원) 상장을 주선한 IB업계에서의 경험이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은 은행지주 소속도 아니고 제조기반 계열사의 지원도 불가능한 증권사이지만 불리한 환경에서도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 온 것 같다”며 “거래 관계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손해를 볼 때도 이익을 볼 때도 있는 만큼 멀리 보고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영업 현장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입사 이후 IB와 리테일그룹 등 영업 현장에 전념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기고 일해왔다”며 “30년간 이동거리만 300만㎞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100만㎞를 더 달려 지구 100바퀴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10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2017년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활용해 특수목적회사(SPC)에 1,673억원을 대출했는데 금감원이 이를 실질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개인대출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영업정지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금감원의 지적 사항에 대해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고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 수긍을 해야 할 것”이라며 “(영업정지 등)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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