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파워인물] <3>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충남 논산은 육군훈련소가 입지한 곳이다. 병역을 마친 국민 가운데 적어도 절반 이상이 논산에서 겪은 훈련병 시절을 평생 잊지못한다. 그래서 논산은 설핏 군사도시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논산은 조금만 뜯어보면 역사적으로 교육과 상업의 중심이었다. 사계 김장생과 후학들이 조선 예학의 본산을 이룬 곳이 논산이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전국 3대 시장으로 손꼽힌 강경시장도 논산이 품었다.
때문에 한 때 쇠락했던 논산의 영화를 재현하는 시민들의 의지와 도전은 여느 자치단체와 달리 옹골차다. 국방산업단지 입지와 함께 충청유교문화원이나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등 오랜 숙원이던 굵직한 사업들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지역발전의 꿈은 인재 양성에부터 피어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소중한 가치인 이른바 사람에 대한 투자를 9년 째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선단체장으로서 이른바 ‘사람중심 행정’을 우선하면서 논산의 변화도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죠.”
황명선(53ㆍ민주당 전국기초자치단체협의회장) 논산시장은 “2010년 고향의 시장으로 입성한 뒤 맨처음 맞닥뜨린 것은 도농복합도시이다보니 교육이나 문화 인프라가 워낙 부족하고, 당연히 주민 복지수준도 열악한 현실이었다”며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치행정부터 사람 최우선정책을 하나둘 펼쳐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양성과 교육인프라 확충을 위해 2016년 전국 최초로 관내 고교 2학년생 1,700여명을 해외연수를 보내는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는 12개 고교 2학년생 1,600여명이 중국 상하이를 다녀오는 등 모두 2,7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중학교 3학년 1,100여명을 대상으로 일본의 백제문화권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논산보다 살림 형편이 월등하게 뛰어난 전국의 어느 지자체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관광을 즐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역사탐방이자 진로탐색을 통한 새로운 체험학습의 장”이라며 “학교 정규교과 과정에 포함돼 생활기록부 반영, 대학진학 시 다양한 인센티브로 이어지는 맞춤형 인재양성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청, 학교, 119안전센터, 학교운영위원회, 학생대표 등이 기획 과정부터 업체 선정은 물론 실제 연수까지 함께했다”며 “이 과정에서 민관협치와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지방자치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말했다.
논산시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노인을 위해 펼친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대학’은 TV 시청, 낮잠, 화투놀이 공간이던 경로당을 이웃끼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주민 공동생활공간으로 변모시켰다. 2016년 시작한 한글대학은 그 해 250명이 졸업했다. 지난해는 302개 마을에서 3,000여명이 기초한글교육을 마쳤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교육장으로 활용한 문해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기를 넘어 시와 그림 등 다양한 교육으로 이어져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노인에게는 아름답고 여유로운 노년을 선물하자는 황 시장의 구상이 풀뿌리자치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는 시민이 주인인 논산형 동고동락 마을자치회를 창안했다. 지난해 ‘논산시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공포하고, 472개 마을에 ‘동고동락 마을자치회’를 구성했다. 자치회에서 제안한 교육, 문화, 복지, 경관개선 등 분야별 사업에 전국 최초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시민의 삶과 밀착된 고품질 행정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경제ㆍ관광 등 미래발전 동력을 확충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한편 시민이 자치와 분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훈련소와 항공학교, 국방대학교가 입지하고 3군본부가 인접한 국방자원을 활용한 시책은 지난해 9월 국방산업단지 최종후보지 선정으로 정점을 찍었다. 국방산업단지는 향후 1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논산의 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는 육군훈련소를 지역브랜드로 활용하는데도 눈을 돌렸다. 한류문화를 접목한 아이디어로 빚어낸 ‘선샤인랜드’는 어느새 국내 최고의 병영체험장으로 떠올랐다. 선샤인랜드는 지난해 방영된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선샤인랜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송사와 제작사 자본 87억원을 유치해 반영구 드라마 세트장까지 만들었다. 하루 최대 8,300명, 누적 관람객 30만명을 기록하며 최고의 군문화 한류테마파크로 자리잡았다.
그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추진되는 내수면 마리나사업을 통해 탑정호가 수상레포츠와 관광휴양단지로 탈바꿈하고, 국내 최장 출렁다리와 야간경관 개선사업까지 이뤄지면 ‘관광 논산’의 희망도 더욱 무르익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산시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선정 ‘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 고용노동부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3년 연속 수상, 행정안전부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정책 박람회’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동고동락 마을자치회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선도 지자체로 선정됐다.
그가 펼쳐온 시책은 대부분 시민들이 타운홀미팅에서 제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더욱 발전한 시민주도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황 시장은 조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공약개발 업무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서울시당 대표이던 시절 사무처장을 하며 정치를 배웠다. 2002년 제6대 서울시의원을 거쳐 2006년 고향인 논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등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며 기초단체장의 최고위원 참여 당위성을 설파했지만 중앙정치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하지만 그는 최고위원 선거의 낙선을 단순히 실패라고 여기지 않고 있다.
황 시장은 “서울시당 사무처장시절 이해찬 대표로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며 “이때부터 축적해온 정치 자산은 논산시의 미래성장의 방향을 정하는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한번 최고위원에 도전해 진정한 지방분권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일조하고, 전국을 다니며 3선 연임을 통해 체득한 풀뿌리자치의 경험과 성과를 강연 등을 통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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