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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미프 기스(1.11)

입력
2019.01.1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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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일가의 은인 미프 기스가 2010년 오늘 별세했다.
안네 일가의 은인 미프 기스가 2010년 오늘 별세했다.

안네 프랭크(Anne Frank) 일가를 2년 넘게 숨겨 주고, ‘안네의 일기’ 원고를 지켜 낸 오스트리아 태생의 네덜란드 인 미프 기스(Mief Gies)가 만 100년 11개월을 살고 2010년 1월 11일 별세했다. 그는 전후 이스라엘과 독일 정부로부터 영예로운 상을 받고 네덜란드 여왕에게서 작위를 받았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며, 전시 선량한 일을 행하던 수많은 네덜란드인들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1909년 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전후 질병과 가난 때문에, 영양실조 아동구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 네덜란드로 옮겨 살아야 했다. 거기서 한 가정에 입양돼 고국의 생부모와 떨어져 살았고, 고교를 졸업한 18세 무렵부터 섬유회사와 향신료 회사에서 일했다. 사업가인 오토 프랭크 일가를 만나 친구처럼 지내게 된 건 향신료 회사에 재직할 때였다.

독일의 네덜란드 점령 이후 위협을 느낀 프랭크 일가는 미프-얀 기스 부부(1941년 결혼)의 도움으로 1942년 6월 미프의 회사 부속건물에 은신했다. 프랭크 일가는 1944년 8월 게슈타포에 체포돼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때까지 미프 등의 도움으로 끼니를 이었다. 당시 유대인을 숨겨 주는 행위는 강제노동형이나 최악의 경우 총살까지 당할 수 있는 범죄였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안네는 특히 애틋한 존재여서, 은신처에서 함께 밤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프랭크 일가가 끌려간 뒤 안네가 남긴 일기를 주워 간직한 것도 미프 기스였다. 그는 병사한 안네와 달리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그의 아버지 오토에게 일기 뭉치를 건네 1947년 책으로 출간되는 걸 도왔다. 너무 가슴 아파 원고도 책도 읽지 않으려던 그를 오토가 설득해 나중에야 읽었다는 이야기, 다 읽은 뒤 “물론 많이 울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안네, 넌 내게 그 어떤 것보다 멋진 선물을 주었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안네와 홀로코스트 관련 강연 등으로 바쁘게 살았고, 1987년 ‘내가 기억하는 안네 프랭크(Anne Frank Remembered)’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내기도 했다. 1990년 미국 미시간대학의 발렌버그 메달 수상 연설에서 그는 “정치인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때까지 우리가 마냥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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