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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카렐 차페크(1.9)

입력
2019.01.0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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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890년 오늘 태어났다.
'로봇'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890년 오늘 태어났다.

‘로봇(Robot)’이란 말을 처음 쓴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1890년 1월 9일 태어났다. 로봇은 그의 1920년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1920)’에서 유래했다. 그는 프라하의 만원 전차를 타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리저리 부대끼며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한없이 기능적인 낯선 존재들의 세계 혹은 그 세계로 나아가는 20세기 초 유럽의 현실을 보았다고 한다. 체코어로 고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만든 ‘로봇’은, 실제론 그와 창작 협업을 하곤 하던 형 요제프가 만들었다.

인간의 노예이자 전사로 제조된 로봇들이 인간을 학살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과정을 그린 ‘로숨…’은 다분히 디스토피아적인 문명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로봇 스스로 마침내 사랑의 감정을 얻고, 제조가 아닌 ‘번식’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체가 바뀐 노동과 사랑의 유토피아적 맹아를 담고 있다는 평도 듣는다. 1차 대전과 전후 유럽의 혼란, 제국주의와 억압ㆍ착취, 노동 가치와 소외,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언적 기대를 담은 그의 작품은 산업문명에 기반한 SF적 상상력의 수원(水源)으로 남아, 수많은 작품에 모티프와 세계관을 제공해 왔다.

그의 1936년 소설 ‘도롱뇽과의 전쟁(War with the Newts, 1936)’은 인간 못지않은 지능과 언어를 가진 피식민 도룡뇽 무리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거기서도 차페크는 당대 제국주의적 우열-착취와 차별적 사회윤리에 근원적 질문을 던졌고, 학습 능력은 탁월하지만 “그 어떤 회의(懷疑)에도 마음을 잠식당하지 않는”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존재들의 득세, 즉 발호하는 파시즘의 위협을 경고했다.

체코 프라하와 독일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언론인 겸 극작가로 활동한 차페크는 파시즘과 제국주의적 공산주의를 혐오한 자유주의자였다. 척추 질환을 앓아 1차 대전 참전을 면했고, 나치의 체코 병합 직전인 1938년 12월 숨져 2차 대전도 피했다. 그는 이른바 전간기의 가장 어두운 곳들을 가장 냉철하게 포착한 작가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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