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무면허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치다 붙잡힌 뮤지컬 배우 손승원(29)씨가 사고 당시 동승한 후배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려 한 사실이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손씨가 지난달 26일 사고를 낸 뒤 현장 경찰관에게 “후배(정휘씨)가 운전했다”고 진술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고 7일 밝혔다. 당시 경찰은 정씨에게 “운전을 했냐”고 물어봤지만 정씨는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못 했고, ‘손씨가 운전석 쪽에서 내렸다’는 현장 목격자 진술에 이상함을 느낀 경찰관이 정씨에게 재차 “정말 운전했냐”고 추궁하자 20분만에 “사실 손씨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손씨도 음주측정 후 본인이 운전한 것을 시인했다.
경찰조사에서 정씨는 “사고가 난 후 손씨가 ‘이번에 걸리면 크게 처벌받으니 네가 운전했다고 해달라’고 했는데, 선후배 관계여서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손씨가 운전석 쪽, 정씨가 오른쪽(조수석 혹은 뒷쪽 오른쪽 좌석)으로 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정씨는 손씨가 대리운전을 부른다고 하자 먼저 차량 뒷좌석에 탑승해 기다리던 중 손씨가 대리운전 호출에 실패해 운전석에 탑승, 이에 운전을 만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일 손씨를 구속했고, 손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일명 윤창호법),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 등 혐의를 적용해 4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정씨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했지만 손씨가 정씨의 공연계 선배라 적극적 제지가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손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4시20분쯤 신사동 CGV청담씨네시티점 앞에서 부친 소유 벤츠 승용차로 좌회전하다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을 운전하던 대리운전기사 50대 남성과, 옆자리에 타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사고를 낸 직후 손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중앙선을 넘어 학동사거리까지 150m가량 도주했으나, 주변에 있던 일반인 승용차 운전자들과 택시기사 등이 그를 추격해 붙잡았다. 사고 당시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1% 이상)인 0.206%인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는 11월 면허 취소 건을 포함해 음주운전 관련 전과가 3범에 이른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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