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총파업(8일)을 이틀 앞두고 노사가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협상 결렬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2000년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이날 저녁 접점을 찾기 위한 협상을 이어간다. 앞서 오후에도 노사 실무진이 만나 사전 논의를 진행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수 차례 임금ㆍ단체협약 협상에 나섰으나 성과급 기준과 페이밴드(승진 정체 시 호봉상승 제한), 임금피크제 도입 및 적용 시기 등 안건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달 24일을 시한으로 진행됐던 공식 협상은 결렬됐다. 양측의 이견이 큰 성과급의 경우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현행 기준에 따라 기본급의 300% 수준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200% 이상의 성과급 지급 및 추가적인 부분을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96.01%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맞서 이달 4일 국민은행 부행장 이하 임원 54명이 허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는 등 배수진을 친 상태다. 사직서에는 8일 예정된 총파업으로 국민은행의 영업이 정상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달 28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8일 파업 당일에는 지역마다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 점포 정상영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파업 참가 상황에 따라 인력 부족으로 전 점포 영업이 어려울 경우 지역별 대형점포에서 일괄적으로 업무를 모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점 운영 계획은 7일 중 고객에 공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점포 수 1,057개, 직원 수 1만7,000여명으로 국내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국민은행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협상이 마지막까지 결렬될 경우 예고대로 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고 밤샘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8일 1차 총파업을 한 뒤에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이달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노조는 국민은행 경영진이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인사시스템 근태관리에 ‘파업 참가’를 등록하라고 지시했다며 7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파업 참여로 출근하지 않아도 따로 결근 사유를 입력할 필요가 없었지만, 최근 파업 참여라는 항목이 시스템에 신설됐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2년 전 (금융권) 총파업 당시만 하더라도 ‘결근’ 항목만 있고 ‘파업 참가’ 항목은 없었는데 이번에 신설됐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전근대적인 인권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지속적인 영업과 고객 보호를 위해 인력운영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적법하고 정당한 인사권에 따라 수행하는 근태파악 노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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