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NHK 방송에 출연해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최근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 “매우 유감”이라며 “국제법에 따른 의연한 대응을 위해 구체적 조치에 대한 검토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에 정부간 협의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런 일본의 행보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제강점기 국가 간 배상에 대한 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신일철주금이 이춘식씨 등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할 것을 판결하며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천명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에 대한 양국 간 재정적ㆍ민사적 채권ㆍ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란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후 변호인단은 일본 도쿄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아가 손해배상 이행 협의 요청서를 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해 신일철주금의 한국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에 들어가게 됐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아베 총리가 이를 유감이라고 한 것은 그야말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자국내 지지율 하락세 속에 레이더 갈등과 강제징용 판결 등 한국 관련 현안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보수우익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스스로의 과거사를 성찰해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법의 대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본 외무성 국장도 1991년 참의원에서 “개인 정구권을 소멸시킨 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바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는 양국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상호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북핵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미사일 방어 협력’ 등 한반도 유사시 대응 태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호 주장할 것은 주장하더라도 소모적인 장외 공방은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오해를 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 측의 협의 신청이 오면 여러 요소를 고려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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