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 변경 결정에 시민단체 반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국방부와 시민사회가 이번에는 ‘양심’의 의미를 놓고 충돌했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지칭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면서다.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6일 논평을 내고 “국방부의 용어 변경 결정은 오랜 희생 끝에 인정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왜곡,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즉각 취소를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종교적 문제로 축소해버렸다”고 반발했다.
국방부의 갑작스런 용어 변경은 ‘양심적’이라는 용어가 불러오는 논란 탓이 크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을 비양심적 또는 비신념적인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용어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체복무 규정 없는 병역법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지난해 6월)과 맞물려 ‘양심적 병역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지난해 11월)이 나오면서 “군복무 중인 사람들은 ‘비양심적 병역징병자’라고 해야 하나”라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도덕적 의미의 '양심'과 헌법적 의미에서 사용되는 윤리적 확신을 뜻하는 ‘양심’은 다른 의미”라고 주장한다. 헌법이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란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 국가권력이 의해 강제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기 때문에 군복무를 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에 따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논란 회피를 위한 용어 변경이 아니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면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표현을 못박으면서 그 외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종교(여호와의 증인)가 아닌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는 2000년 이후 80여명에 달한다.
대체복무제를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 간 이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민단체는 대체복무 방안 관련 △기간이 현역(18개월)의 1.5배를 초과하지 않을 것 △복무 분야를 교정업무로 한정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해왔으나 국방부는 ‘교정시설 내 36개월 합숙근무’ 형태의 대체복무제 법률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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