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강사로 일하는 최보나(29)씨는 월급날이 되면 곧장 중고장터에 ‘빈티지 장난감’을 검색한다. 검색 중에 빈티지 바비인형이 눈에 띄면 판매자에게 즉시 구입을 문의한다. 바비인형은 최씨가 공을 들여 수집하는 장난감인데, 한정판으로 출시된 경우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최씨가 빈티지 장난감 구입에 쓰는 돈은 한 달에 약 20만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최씨는 ‘합리적 소비’를 주장한다.
최씨는 “퇴근하고 귀가해 진열장에 놓인 인형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며 “누가 보면 나잇값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기분전환의 가치를 생각하면 일회성으로 써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하다”고 말했다.
꼬질꼬질 손때가 묻은 곰돌이 푸우 인형부터 1990년대 초등학생들의 필수품이었던 다마고치, 바비인형…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캐릭터와 장난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거래 확대와 ‘소확행’ 바람을 타고 다시 부활했다. 특히 일반적인 장난감 매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빈티지 장난감’이 2030 ‘키덜트(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kids와 adult의 합성어)’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한 개인간 거래와 네이버 스토어팜 같은 간편 쇼핑몰 개설이 늘어나면서 빈티지 장난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과 온라인에서 빈티지 장난감 가게를 운영중인 신지섭(33)씨는 “가게를 운영한지는 6년째인데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고객이 3배 정도 늘었다”며 “특히 구매력이 생기는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빈티지 장난감의 가격은 ‘희소성’이나 보관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최근 2008년 생산된 ‘폴리포켓’이라는 장난감 세트가 약 1,122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시리즈를 모으는 빈티지 장난감 수집가들의 경쟁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20년 전 출시된 디즈니 캐릭터 장난감들도 출고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전문 수집가들이 희귀한 빈티지 장난감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면 10만원 내외의 빈티지 시장은 2030 청년 세대가 장악하고 있다. 수집품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속하는 편이라 구매력이 생긴 청년 세대가 향수를 달래고 위로를 받기 위해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에 집착하면서다. 2030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리스트에 빈티지 장난감이 추가된 셈이다. 박은아 대구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개인 간 거래를 쉽게 해주는 ‘SNS’라는 장이 활성화 된데다,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빈티지 장난감을 통해 위로를 받으려는 2030 세대의 정서가 결합돼 만든 유행”이라고 진단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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