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등 463명 교통사고사
태국에서 최근 연말연시 일주일간 46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가장 위험한 일주일’이 반복되면서 태국 정부를 향해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 가디언은 6일 “태국의 치명적인 죽음의 도로가 연말과 연초에 또다시 음주운전자들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태국 도로안전센터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일주일간 3,791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3명보다 40명이 늘어 463명에 달했다. 앞서 2017년 새해가 시작될 당시 사망자 478명에 비하면 그나마 줄어든 수치다. 같은 동남아국가이자 태국과 마찬가지로 오토바이 사용이 일상화돼 있는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교통사고 147건이 발생해 111명이 사망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매년 평균 2만2,941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매일 62명이 도로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연말연시 태국의 교통사고 3,791건 가운데 40%는 음주운전에서 비롯됐다. 음주운전으로 3,892명이 다쳤다. 과속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28%에 달했다. 특히 교통사고의 80%는 오토바이 사고로 집계됐다. 오토바이는 태국의 대부분 가정이 최소 한대 이상 보유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반면 헬멧을 착용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20%에 불과하다. 태국에서는 승용차 탑승자 가운에 안전띠를 매는 비율도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해넘이 분위기에 들떠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경찰이 뒷짐만 지고 있으니 아무런 단속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교통단속이 느슨하면서 태국의 ‘악명’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WHO 자료를 보면 태국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32.7명으로 동남아에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73.4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시리아를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WHO는 태국 정부를 향해 “도로안전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지 않아 많은 운전자들이 술을 마신 뒤에 심지어 면허도 없이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년 위험한 일주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년 내내 태국의 도로는 위험하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WHO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모두 헬멧을 착용한다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최대 4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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