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인 3명 중 1명이 과체중
톈진대 2학점 수업에 학생 몰려
칭화대는 수영 못하면 졸업 불가
새해벽두 중국 언론들이 톈진(天津)대학교를 집중 조명했다. 톈진대는 개교 123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초의 근대적 고등 교육기관이자 칭화(淸華)대에 버금가는 이공계열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데 언론들의 관심사는 생뚱맞게도 지난해 하반기 개설된 2학점짜리 ‘다이어트 과목’이었다.
21일간의 다이어트 코스를 중심으로 한 이 수업은 학생들의 근력과 지구력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해 킥복싱과 요가, 기공 수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수강생은 교수진과 영양사가 제시한 건강식단을 따라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다른 음식에 대한 정보도 공개해 조언을 받아야 한다. 감량 목표치에 도달한 수강생은 자전거나 수영장 회원권 등도 받을 수 있다. 정원을 20명으로 계획했던 대학 측은 수강 신청 첫날에만 107명이 몰리자 신체질량지수(BMI) 26 이상인 2도비만 이상의 수강생만을 엄선했다.
사실 중국 대학이 학생들의 비만 관리를 위해 수업을 개설하고 감량 목표에 도달하면 학점을 주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2017년 난징(南京)농업대학과 항저우(杭州)사범대학이었다. 난징농대가 다이어트 과목을 개설할 당시에도 수강 자격이 ‘BMI가 과체중 이상이어야 하고 체지방률이 30%를 넘어야 한다’고 제한됐지만 첫날부터 정원(20명)의 3배에 달하는 59명이 지원할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항저우사범대도 해당 과목 수강 경쟁률이 10대1을 넘자 결국 정원을 2배로 늘렸다. 이미 학생들의 수요가 그만큼 많았음을 보여준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비만국가에 오른 직후였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이 전 세계 성인들의 체중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성인 3명 중 1명이 과체중이고 비만인구는 9,000만명을 훌쩍 넘어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심각한 건 비만인구 증가 속도였다. 1975년에는 186개국 가운데 남녀가 각각 60위, 41위였는데 40여년만에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1985년 1% 미만이었던 소아와 청소년 비만율은 각각 17%, 9%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체육활동 감소와 냉동음식 및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과도한 음주ㆍ흡연 등을 요인으로 꼽으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다이어트 과목이나 요가교실 등을 운영중인 중국 대학은 전국적으로 3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은 다이어트와 운동, 위기상황 대처 등을 모두 감안해 수영을 특화하고 있기도 하다. 칭화대는 학생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려 90년 전에 시행했던 ‘수영을 못하는 학생은 졸업불가’라는 과거 규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저장(浙江)재경대학 학생들은 수영을 1학년 첫 학기 필수과목으로 배워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매학기 반드시 재수강을 해야 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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