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이전한 사령부 부지에
3일 창설된 육군 부대가 주둔
도심 개발 했던 주민들 반발
강원 원주시가 지역내 부지 활용과 관련, 국방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원주시에 65년간 주둔했던 제1야전군사령부가 최근 떠난 자리에 새로운 군 부대가 들어오면서 부지 환원과 더불어 개발을 기대했던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6일 육군과 원주시에 따르면 1954년부터 원주에 자리했던 제1군사령부가 지난달 31일 해체식을 갖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전쟁 직후 인제군에서 창설된 1군사령부는 이듬해 원주에 안착, 그 동안 강원 중동부 전선 방어를 맡아왔다. 그랬던 1군사령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국방개혁 2.0’에 따라 제3군사령부와 함께 올해 1월1일 경기 용인에 창설된 지상작전군사령부로 통합됐다.
문제는 이달 3일 창설된 육군 지상작전군사령부 예하 화력여단이 원주시와 별도의 협의 없이 1군사령부 부지를 그대로 물려 받아 주둔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해당부지가 국방부 소유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사용됐던 만큼, 이젠 1군사령부 부지도 시민 복지용으로 재개발돼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입장과 충돌하면서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수년간 1군사령부 부지 환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국방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새 부대를 이전시켰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어 성명서를 통해 “60년을 넘게 국가안보를 위해 문전옥답을 정부에 징발당하고 잿빛 군사도시라는 멍에를 감내한 원주시민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국방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부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서명운동과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방부로부터 1군사령부 부지 환원이 무산되자 원주시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시 입장에선 2016년 부지 대금 665억원을 완납하고도 완전히 돌려 받지 못한 옛 미군 기지(캠프롱) 부지에 이어 고민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원주 북부권인 태장동 일대에 걸쳐 있는 캠프롱과 1군사령부 부지는 확장 가능성이 큰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에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조만간 옛 1군사령부 부지에 서바이벌 게임장을 비롯한 관광레저시설을 갖춘 가칭 평화박물관 조성과 군 관련 시설 유치를 국방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국방부 또한 1군사령부 전체 부지는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해선 시와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국방부는 이달 10일 이런 내용의 1군사령부 부지 활용 방안 등을 상호 교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미군기지 캠프롱과 육군 제1군수 지원사령부 외곽 이전에 이어 1군사령부 이전으로 구 도심을 개발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국방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새 부대를 이전, 시민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며 “국방부에 부지 환원을 다시 촉구하는 한편 구체적인 활용 방안 등 현실적인 대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주=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