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와 ‘부적절 관계’ 위증
상원서 부결... ‘탄핵 1호’ 면해
“대통령은 ‘법률 수호’라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면서 개인적 이득을 위해 미국의 사법 절차를 고의로 오염시켰다.”
1999년 1월 7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개원식. 헨리 하이드(공화) 당시 미 하원 법사위원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의안을 낭독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868년 앤드루 존슨 제17대 대통령에 이어 미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 재판 절차가 공식 개시되는 순간이었다.
전년도 12월19일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에서 제기된 혐의는 연방대배심 위증과 사법방해, 두 가지였다. 백악관 인턴 직원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감추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아칸소 주지사 시절 여직원 폴라 존스가 제기한 성희롱 소송과 관련해 르윈스키를 비롯한 여러 증인들에게 위증을 교사하거나 증거 은폐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이드 위원장은 “섹스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거짓말이다. 이건 사적 행위가 아니라 공적인 행위다. 위증과 사법방해가 ‘대통령 집무실’과 어울려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안은 논란 끝에 같은 해 2월12일 상원 표결에서 부결됐다. 미 헌법에 ‘반역, 뇌물수수나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된 대통령 탄핵은 하원 과반수의 찬성, 상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정원 100명인 상원에서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클린턴 탄핵’을 지지한 상원의원은 위증과 관련해 45명, 사법방해와 관련해선 50명에 각각 그쳤다. 이로써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대통령 1호’라는 불명예를 가까스로 피했다. 앞서 존슨 대통령도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됐고, ‘워터게이트’의 주인공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최종 단계인 상원으로 올라가기 전 사임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올해, 미국은 또다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끝나면, 지난해 11ㆍ6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과 관련, 사법방해죄와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여 있다. 물론 공화당의 상원 의석 수(53석)를 감안할 때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당내에 ‘반(反)트럼프’ 정서가 퍼지고 있는 건 심상치 않은 징후다. 원로 언론인 엘리자베스 드루는 지난달 27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하라는 대중의 압력을 받을 것이고, 공화당 주류도 그가 당에 큰 부담을 주고 국가에도 커다란 위험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탄핵 절차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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