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잘못 적용해 5년간 이자 25억원 더 걷어
금융당국, 특별검사까지 했지만 “제재 근거 없어” 결론
이달 중 대출금리 조작 방지대책 발표
대출금리 조작으로 고객에게 25억원의 이자를 더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난 경남은행이 결국 금융당국의 제재는 피하게 됐다. 당국이 특별검사까지 벌이며 제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정작 관련 법에 제재의 근거가 없어 손을 쓸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당국은 이달 중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로 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조작으로 특별검사를 받은 경남은행에 대해 최근 제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 경남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3곳이 대출금리를 잘못 매겨 고객으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된 곳은 경남은행이었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2013~2017년)간 영업점에서 가산금리(신용도 등의 개인 조건에 따라 덧붙이는 금리)를 매기는 과정에 대출자 소득을 빠뜨리거나 적게 입력하는 식으로 가산금리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했다. 그 결과, 고객 1만2,000여명이 5년간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25억원이나 더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나은행(252건 1억5,800만원)과 씨티은행(27건 1,100만원)이 챙긴 부당이득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에 금감원은 경남은행을 상대로 추가 검사를 벌였다. 5년간 이뤄진 부당 대출 건수가 전체 가계대출의 6%에 달해 은행 측 주장처럼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국은 작년 말 특별검사까지 마쳤지만 결국 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현행 법에서 처벌 근거로 활용할 만한 게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처벌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은행법엔 대출금리를 부풀린 시중은행을 제재할 근거 조항이 없다. 은행법을 만들 당시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 자체 내규를 따르도록 돼 있지만, 내규에도 대출금리를 불합리하게 매겼을 때 어떻게 제재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결국 대형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잘못 매긴 사실은 당국 검사로 드러났지만, 더 걷은 이자를 돌려주는 것 외엔 별다른 제재 없이 상황이 종료되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출금리 조작 은행을 제재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5건이나 제출돼 있다. 당국 관계자는 “법이 통과돼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론 은행들이 경각심을 가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대출금리 조작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모범규준‘을 대폭 손질하고 은행의 고무줄식 가산금리 체계를 바로잡는 게 핵심이다.
당국은 이번 모범규준 개정으로 향후 은행들이 실수로라도 소득이나 담보물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고객이 승진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요구할 경우 은행이 임의로 그간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없애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가 사라지게 하는 일도 없도록 할 방침이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도 제공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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