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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왕좌의 게임’ 마니아? “드라마와 안 맞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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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왕좌의 게임’ 마니아? “드라마와 안 맞다” 지적도

입력
2019.01.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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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벽이 오고 있다' 포스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벽이 오고 있다' 포스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BO 방영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라는 캐치프레이즈만큼은 그의 마음에 쏙 들었음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왕좌의 게임’에서 유래한 밈(memeㆍ유행요소)을 이용한 포스터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인의 얼굴 아래 멕시코와 맞닿은 남부 국경 장벽을 상징하는 철책이 있고, 사이에 특유의 글씨체로 ‘벽이 오고 있다(The wall is coming)’ 문구가 놓여 있는 포스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이 오고 있다’를 사용한 적이 있다. 이란의 석유수출 등을 막는 대규모 경제 제재가 발효되는 11월 5일을 기해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라는 포스터를 만든 것이다. 이에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쿠드스군 사령관인 카젬 솔레이마니 장군이 자기 사진을 이용해 “나는 너와 맞설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만들어 반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게재한 11월 5일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게재한 11월 5일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

어쨌든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탁자 위에 이 포스터를 올려 놓았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란 문제는 지나가는 듯 짧게만 언급됐다. 이날 핵심 의제는 국경 장벽과 이를 위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발생한 연방정부 셧다운이었다.

“이 포스터를 왜 올려놓았나”라는 여러 언론의 질의에도 백악관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폭스뉴스채널의 아침방송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진행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그냥 그 메시지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왕좌의 게임’을 봤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답이 없으니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와 이 포스터를 함께 늘어놓으며 대북제재 강화를 암시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다만 포스터에 적힌 날짜는 이란 제재 발효인 11월 5일 그대로였다. 미국 언론에서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장벽이 북쪽의 적대 세력 ‘백귀’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경 장벽의 필요성을 주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인스타그램에 ‘장벽이 오고 있다’ 포스터를 게재하면서 이 해석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내각회의 도중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내각회의 도중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 AP 연합뉴스

하지만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왕좌의 게임’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밈을 이상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제재가 오고 있다’ ‘장벽이 오고 있다’라는 문구는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장벽을 ‘겨울’의 위치에 놓고 악당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오고 있다’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영어권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밈이다. 극중 주인공격인 스타크 가문의 가언 ‘겨울이 오고 있다’를 변형한 것이다. 원작에서는 ‘겨울’로 상징되는 시련이 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대비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다만 인터넷 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문 웹사이트 ‘노유어밈’에 따르면, 인터넷에서는 ‘겨울’ 자리에 곧 일어날 행사나 사건 등을 넣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난다는, 문장 말 그대로의 의미로도 자주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왕좌의 게임’ 내용과 관계 없이 이를 그냥 유행하는 어구로 생각해 밈을 제작했다면 잘못된 활용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른 문제 제기도 있다. ‘왕좌의 게임’ 극중 장벽 너머에는 적대 세력인 백귀뿐 아니라 ‘와일들링’이라 불리는 토착민 집단도 있다. 드라마 주인공 중 한 명인 존 스노우는 이들을 장벽 내부 난민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을 적극 옹호하다가 부하들의 배신에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토착민 세력은 되살아난 존 스노우가 북부 지역의 통치권을 회복하는 기반이 된다. 또 ‘왕좌의 게임’ 최신 시즌인 시즌 7에 이르러 장벽은 무너진 상태다. 미국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왕좌의 게임은 장벽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포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왕좌의 게임’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집필한 조지 R R 마틴 트위터 캡처
‘왕좌의 게임’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집필한 조지 R R 마틴 트위터 캡처

드라마가 방영되는 HBO는 이미 지난 11월 성명을 내 "우리 트레이드마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불쾌감을 내비친 바 있다. HBO는 3일에도 온라인매체 기즈모도의 입장 요청에 “새로운 입장이 없이 기존 입장으로 갈음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드라마의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집필한 미국 작가 조지 R. R. 마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로 이민자 수용을 지지한다. 마틴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시리아 이민자는 파리 테러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국가(IS)의 피해자이니 마땅히 미국 내로 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2015년에 편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공포는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6일에 투표하라”는 자신만의 ‘왕좌의 게임’ 포스터를 만들어 트위터에 게재했다. 11월 6일은 미국 중간선거일이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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