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ㆍIT업종 해고 잇따라
각종 경제 전망치도 하향 조정
지준율 완화 등 돈 풀기 착수
새해 벽두부터 중국 경제에 잇따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지표는 물론 실물경제 현장에서의 동요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올 상반기에만 1조3,900억위안(약 227조원)을 추가로 푸는 등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을 서두르는 이유다.
최근 중국에선 부동산과 정보산업(IT)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시장 한파가 본격화했다. 곳곳에서 해고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망은 6일 “미국과의 무역 분쟁 여파가 본격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그간 고용을 확대해온 부동산개발업체들과 IT 관련 기업들이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규모 부동산개발업체인 뤼디(綠地)그룹과 헝다(恒大)그룹을 포함해 푸리(福力)부동산, 화사싱푸(華夏幸福), 타이허(太禾) 등 전국망을 가진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인원 감축과 전환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도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을 의식한 듯 “혹한이 다가오고 있다”고 썼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의 창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작년 10월부터 IT대기업과 엔젤투자자의 창업 지원 규모가 줄고 있고 기존 업체들 중 일부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애플 제품 등을 조립하는 중국 공장들의 인원 감축 규모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경제지표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침체 국면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낳을 정도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에 그쳐 2016년 7월 이후 29개월만에 기준선(50) 밑으로 내려왔다. 민간분야의 대표적 경제지표인 차이신의 제조업 PMI도 같은 달에 49.7로 경기 위축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27.6%나 줄었고, 월간 수입 주문물량도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감소세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 대비 하향조정 일색이다.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6.6% 추정)보다 0.3%포인트 낮은 6.3%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6.2~6.3%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5% 중후반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 우려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대규모 ‘돈 풀기’가 시작됐다. 인민은행은 지난 2일 금융기관의 ‘포용적 금융’ 실적에 대한 심사기준을 완화해 중소기업 신용대출 규모를 최대 7,000억위안(약 114조6,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급준비율도 이달 중순과 하순 각각 0.5%포인트씩 총 1%포인트를 낮출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14.5%인 지준율 인하가 올해 말까지 3~4차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도 지난달 29일 1조3,900억위안(약 227조원) 규모의 지방채 조기 발행을 의결하고 올 상반기 중 대부분을 집행하기로 했다. 3월 초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결정하던 예년에 비해 시기를 대폭 앞당긴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액을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형 토목ㆍ건축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금의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부가 6가지 안정대책의 첫 항목으로 무역이나 투자, 금융이 아닌 취업을 꼽은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짓지 못하면 올해 중국의 경제는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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