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종차별 지적하는 유튜버 ‘엉클잼’ 
유튜버 '엉클잼'이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엉클잼' 유튜브 캡처

“몇몇 나쁜 사람들은 동양인들에게 ‘헬로(hello)’ 대신 ‘헤로(herro)’라고 말해요. 정말 ‘극혐’ 이죠?”

‘흑형’이란 단어를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 ‘외쿡인’이라는 표현이 왜 상처를 주는지 설명하고 싶었던 유튜버는 동양인들이 발음 때문에 당하는 인종 차별을 먼저 언급했다. 미국 등에서 ‘헤로’는 알파벳 문자 ‘l’과 ‘r’ 구분을 어려워하는 동양인들을 비꼬는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그는 “영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발음이 좋으면 언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발음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발음은 놀림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유튜버 ‘엉클잼’의 호소다.

외국인이 듣는 외쿡인이란 표현은 헤로만큼 듣기 거북할까? 엉클잼은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외쿡인이라고 하는 게 왜 나빠요?’라는 영상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발음을 놀리는 것을 보면 화가 나요.” 그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건 외국인을 놀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미국) 사람들이 동양인들을 언급하며 ‘헤로’라고 할 때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언급했다.

엉클잼은 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정착하고는 어디에 가나 (외쿡인, 미쿡인 등) 그런 말을 들어왔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향해 이런 표현을 쓰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뱉은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엉클잼은 “저기 외쿡인이다”, “미쿡 사람이네”라고 웅성거리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그런 표현은 나쁘다”라고 지적하면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과하곤 한다고 전했다.

알고 말하든 모르고 뱉든,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쁜 말은 인종차별적 표현이 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선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엉클잼이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 들었던 건 ‘역시 흑인 소울(감성)은 다르다’는 반응이었다. 선한 의도가 담겼다고는 하나 이방인의 귀에 부지불식간에 들리는 인종차별적 발언. 엉클잼이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튜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문제점을 언급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가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를 들어봤다.

 
 -먼저 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중학교 선생님이에요. 미국 뉴욕주에서 자라 뉴욕주립대 버팔로(State University of NewYork at Buffalo)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영어 교원 자격증을 따고 석사 학위를 마친 뒤 2015년 9월에 한국에 들어와 중학교 영어 회화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교사 생활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국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0년 대학 3학년 시절에 학교에 사물놀이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국인 유학생들과 교포들이 많은 동아리였어요. 저는 그 동아리에 들어서 7년간 활동하면서 한국 문화도 배우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었어요. 북을 치고 상모 돌리는 역할을 주로 했죠. 그러다가 2012년 한국에 들렀고, 한국의 풍광에 반해서 여기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가입해 7년간 활동한 사물놀이 동아리는 '엉클잼'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유튜버 '엉클잼' 제공
 -영상을 찍어서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막상 와서 느낀 건 생각보다 외국인으로서 살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단일민족으로 오래 살아와서 그런지 외국인이 별로 없는 한국에는 고정관념과 차별이 너무 심해요. 미국에서도 차별을 경험한 적은 있지만 한국은 뭔가 달랐어요. 사람들은 저에게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말을 편하게 하곤 했어요. 그래서 더 영상으로 알리고 싶어요. 사실은 저 한국말이 그렇게 유창하지 않은데, 영상은 일단 길게 말하고 편집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겪었던 인종차별은 주로 어떤 것이었나요?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 중년 남성이 저를 ‘깜둥이’라고 불렀어요. 사람이 엄청나게 붐비는 그런 곳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충격을 받았어요. 또 저를 ‘양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윌 스미스 같아요!’, ‘와 역시 흑형’, ‘총 쏴 봤어요?’ 같은 말이 적힌 티셔츠를 SNS에 올렸던데요. 

“그 티셔츠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거나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 기분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에요. ‘흑인은 농구 잘할 거 같고 춤도 잘 출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위한 거에요.”

 -그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 반응이 어때요? 

“어떤 사람은 저를 보고 왜 이런 옷을 입냐고 물어봐요. 가끔 화를 내기도 하고요. 또 모든 한국인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가끔 있었어요.”

그가 직접 제작한 티셔츠. '엉클잼' 제공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말이 가진 힘’을 강조한 이유는 뭐에요? 

“저는 영어교육을 전공해서 대학원생 때 그런 생각을 배웠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근원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해요. 사람들은 말을 막 쓰는데 어원을 잘 모르면 올바르지 않게 사용할 수도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흑형’이라는 말은 쓰지만 ‘백형’, ‘황형’이라는 말은 쓰지 않아요. 저는 그게 기분 나빠요. 일부 한국 사람들은 흑인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몸이 좋은 존재’, ‘운동 잘하는 존재’ 등으로 봐요. 그런데 흑인 중엔 노래 못 부르고 운동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SNS에 ‘한국에 와서 양보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고 썼어요. 

“한국에 오기 전에 JTBC의 비정상회담 같은 방송을 많이 봤어요. 그런 방송에서도 이런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이런 내용들이 나오니까 한국 사람들이 알 수도 있어요.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는 양보를 못 해요.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계속 말하고 고쳐나가겠다는 의미에요.”

 -끝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엉클잼은 무슨 뜻이에요? 

“(웃음) 제 조카가 붙여 준 제 별명이에요. 또 잼(jam)은 기분내다, 놀다를 뜻하는 속어에요. 재미를 줄인 말이기도 하고요. 제 조카한테 저는 재밌는 삼촌이니까요.(웃음)”

오늘도 충분히 고민하고 말했는가. 선한 의도라는 생각만 갖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뱉진 않았나. 고민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엉클잼은 무의식적인 인종차별 언어 습관 문제만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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