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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11일 피의자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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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11일 피의자 소환

입력
2019.01.04 17:51
수정
2019.01.04 21: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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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前대법원장 조사… 재판 개입 등 혐의 40개 넘어

“수사 진척, 미룰 수 없다” 검찰, 내용 방대해 추가 소환 가능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다음주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9시30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등을 동원해 일선 재판 과정에 개입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보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 혐의는 최소 4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돼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범죄사실 대부분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사법농단을 진두지휘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청와대 입맛에 맞게 소송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5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와 세 차례 독대해 사건 진행 과정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합 회부 결정권자이자 전합 재판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전합 회부 가능성 및 처리 방향 등을 귀띔한 것이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유력하다.

최근 실체가 드러난 ‘판사 뒷조사’ 및 인사 불이익 조치도 양 전 대법원장의 의중이 직접 반영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물의를 야기한 법관을 지목해 인사 불이익 등을 주도록 건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등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자로 표시하고 결재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지록위마(指鹿爲馬ㆍ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고사성어로 진실을 가리는 거짓이라는 뜻)’라며 비판 글을 올린 김동진 부장판사에겐 ‘조울증’ 허위 진단까지 첨부해 인사 불이익을 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신병 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한 것에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을 재청구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을 부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혐의 내용에 대한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돼, 더 이상 조사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두 대법관 영장 기각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및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 전ㆍ현직 판사들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사법농단 연루자들을 재차 소환해 보강 수사를 진행해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소환해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오간 요청 사항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독대 과정 등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 조사 필요성도 제기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 조사 전 박ㆍ고 전 대법관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는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심야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혐의 내용이 방대해서다.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 후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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