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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입는 좌파' 여걸 의장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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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입는 좌파' 여걸 의장의 귀환

입력
2019.01.04 18:09
수정
2019.01.04 23: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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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미 하원의장 첫날부터 트럼프 공격

그림1 3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116대 미 의회 개원식에서 이날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민주당) 의장이 의사봉을 쥔 채 발언하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7~2011년에도 하원의장직을 지낸 바 있는 그는 8년 만에 다시 하원을 이끌게 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그림1 3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116대 미 의회 개원식에서 이날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민주당) 의장이 의사봉을 쥔 채 발언하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7~2011년에도 하원의장직을 지낸 바 있는 그는 8년 만에 다시 하원을 이끌게 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여성 정치인의 아이콘이자 민주당 내 ‘골수 좌파’로 통하는 낸시 펠로시(78ㆍ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3일(현지시간) 출범한 제 116대 미 연방의회 하원의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앞서 2007년 1월~2011년 1월 미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바 있는 그가 8년 만에 다시 하원을 이끌게 되면서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국운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두 번째 하원의장에 오른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 비판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원 개원과 함께 열린 의장 선거에서 펠로시 의원은 220표를 얻어 192표를 얻는 데 그친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의원을 꺾고 새 의장에 선출됐다. 펠로시 의장은 연설에서 “2개월 전(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귀결된 지난해 11월6일 중간선거), 미국인들은 우리 헌법의 아름다움, 곧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적 순간에 있다”며 “이 의회는 투명하고 초당적이며 단합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1940년 메릴랜드주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펠로시 의장은 부친과 오빠가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정치인 가문’ 출신이다. 본인도 정치학을 전공하며 인생의 초반부터 정치의 꿈을 키웠지만, 대학 졸업 직후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 생활을 하다 47세 때인 1987년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늦깎이’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7년 1월 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오른 낸시 펠로시(가운데) 의장이 본인과 동료 의원들의 손주들과 함께 의장석에 올라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때부터 4년간 하원의장을 지냈던 펠로시 의장은 2018년 1월 3일 또다시 하원의장으로 선출돼 두 번째로 하원을 이끌게 됐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7년 1월 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오른 낸시 펠로시(가운데) 의장이 본인과 동료 의원들의 손주들과 함께 의장석에 올라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때부터 4년간 하원의장을 지냈던 펠로시 의장은 2018년 1월 3일 또다시 하원의장으로 선출돼 두 번째로 하원을 이끌게 됐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이후부터는 미 정치권의 ‘최초 여성’ 타이틀을 잇따라 따내며 민주당의 ‘간판’으로 도약했다. 2002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 올라 ‘양대 정당 첫 여성 대표’라는 기록을 썼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에 오르자 이듬해 1월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 됐다.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 유고 시 대권을 넘겨 받는 미국 권력서열 3위 자리다.

당시 그는 이라크 전쟁 반대, 의료보험 제도 확대 등 사회보장 강화, 감세 정책 반대, 동성 결혼ㆍ낙태 적극 찬성 등 진보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이른바 ‘오바마케어(ACAㆍ전 국민건강보험법)’ 통과의 일등공신 역할도 했다.

투사 이미지가 강한 탓에 반대 세력의 집중 표적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공화당은 금융ㆍ부동산 갑부 남편을 둔 펠로시 의장을 “아르마니 등 명품 옷을 즐겨 입는 (모순적인) 좌파 급진주의자”라고 비난해 왔다. 이번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선 ‘세대 교체’를 요구하는 민주당 일부 소장 의원들의 압박에도 직면했다. 결국 그는 ‘4년만 하겠다’는 임기 제한 카드로 당내 반발을 수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의 ‘두 번째 의장 선출’에 대해 “주요 포스트에서 ‘최초 여성’의 길을 연 그가 정치적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 정치에 있어 가장 강력한(powerful) 여성이라는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두 번째 의장 임기 중 첫 시험대는 2주간 계속되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연일 주장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단호한 ‘반대’다. 하원 개원에 앞서 진행된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은 정부를 볼모로 한다”, “1달러 이상은 (장벽 건설에)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관련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공화당 우세인 상원 문턱을 넘긴 힘들지만, 민주당 역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 또는 탄핵 가능성도 열어 놨다.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정치적 이유로 탄핵해서도, 탄핵을 피해서도 안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NYT는 “현직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경고장을 날리면서 (의장 임기 첫날인) 하루를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3일 미국 하원의장으로 복귀한 낸시 펠로시(오른쪽) 민주당 하원의원이 32년 전 정계에 본격 입문할 당시의 모습. 1987년 2월 12일 캘리포니아주 5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3일 미국 하원의장으로 복귀한 낸시 펠로시(오른쪽) 민주당 하원의원이 32년 전 정계에 본격 입문할 당시의 모습. 1987년 2월 12일 캘리포니아주 5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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