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선생님이 휴게 시간으로 자리를 비워야 한다니요?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요?’(지난해 12월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정부가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생후 3개월~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을 아이돌보미가 방문해 아동을 돌봐주고 가정이 이용료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6일 여가부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는 올해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아이돌보미의 연속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이면 30분, 8시간 이상이면 1시간의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사이에 부여해야 한다. 평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이라면 아이돌보미가 중간에 30분은 일손을 놓고 아이 곁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휴게 시간 동안 영ㆍ유아를 방치하라는 얘기나 다름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려가 커지자 여가부는 “휴게시간 동안 친ㆍ인척이 돌봄을 대체하거나, 대체 아이돌보미 파견을 서비스 제공기관에 요청하라”(지난해 12월21일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 공지)는 대책을 내놨다. ‘쪼개기 근무’를 시키라는 뜻으로, 하루 5시간을 이용하는 가정의 경우 A아이돌보미가 앞의 3시간을, B아이돌보미가 뒤의 2시간을 각각 근무하도록 하면 A, B돌보미 둘 다 4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것이 돼 중간 휴게시간을 줄 필요 없이 5시간 아이 돌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이돌보미를 2명 쓰는 것은 비효율과 번거로움은 둘째치고 사람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아이돌봄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에 문의하자 “휴게시간을 줄 수 없는 여건이면 두 명을 써야 하는데, 수요가 몰리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부터 퇴근시간 사이에는 사실 한 명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휴게시간 문제를 피하기 위해 3시간 30분만 이용하시는 걸 권장한다”고 답했다.
3만명으로 추산되는 아이돌보미들도 울상이다. 휴게시간이 생긴다 해도 대체인력이 없다면 영ㆍ유아를 방치한 채 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공짜 돌봄’을 하게 될 거란 우려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적으로 아이 1명을 돌보는데 시간을 끊어서 2명 이상의 아이돌보미가 투입된다는 것은 아동의 정서를 헤아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노동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가산 수당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주장대로 가산 수당을 주려면 휴게시간을 수당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을 손 보거나,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작년 상태로 되돌아 가야 한다.
만약 가산 수당제도가 실현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이용자 가정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올해 아이돌봄서비스 이용료는 시간당 9,650원으로 지난해 7,800원보다 24%나 급등 해 맞벌이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김성철 여가부 가족문화과장은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여러 의견을 감안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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