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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경제인] “직접 신어보지 않아도 AI로 꼭 맞는 신발 사이즈 추천해 드려요”

입력
2019.01.06 15:19
수정
2019.01.06 20: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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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한 오뚝이 경제인

<5> 이선용 펄핏 대표

휴대폰 앱 이용한 측정 기술 개발

이선용 펄핏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찾으려면 발 길이뿐만 아니라 발볼, 높이까지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이선용 펄핏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찾으려면 발 길이뿐만 아니라 발볼, 높이까지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장을 보고, 자동차까지 모니터 화면을 보며 주문하는 세상이지만 신발만큼은 온라인 구매가 쉽지 않다. 평소 신는 치수대로 사더라도, 신발 제조사 별로 실제 사이즈가 제각각인 탓에 막상 택배로 제품을 받아보면 크거나 작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결국 사이즈 교환이나 환불을 위한 반품 절차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통산업 리서치 기관인 복스웨어의 조사(2015년)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된 신발의 반품 사유 중 57%는 사이즈 문제였다. 업계에서는 신발 한 켤레가 반품될 때 직간접적으로 소모되는 비용이 판매가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반품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지 않아도 꼭 맞는 신발을 찾을 순 없을까?’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 ‘홀짝’의 서비스 ‘펄핏’은 이런 아쉬움에서 태어났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다동의 펄핏 사무실에서 만난 이선용(32)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펄핏 서비스는 제품별로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 치수를 찾아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펄핏은 퍼펙트(Perfect)와 핏(Fit)을 더한 말이다.

펄핏은 △발 사이즈를 측정하는 전용기기 ‘펄핏R’ △신발 내부 공간을 측정하는 ‘펄핏S’ △이용자에게 치수를 추천해주는 AI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펄핏R에 발을 넣으면 3초 만에 발 길이와 폭, 높이가 오차범위 0.1㎜ 이내로 측정된다. 펄핏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자신의 치수를 잴 수 있다. 기기로 잴 때의 97% 정확도를 갖췄다. 펄핏R과 모바일 앱은 다양한 각도에서 발을 촬영해 입체적 치수를 재는데, 딥러닝(스스로 학습) 기술에 따라 측정 데이터가 많이 확보될수록 정교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펄핏은 1만여 명 분의 발 사이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펄핏S는 센서로 신발 안쪽의 발 길이와 폭, 높이를 측정하는 기기다. 펄핏R이 측정한 발 치수와 펄핏S가 측정한 신발 제품별 치수 데이터를 조합해 이용자에게 최적의 사이즈를 추천하는 역할은 AI가 담당한다. 이 대표는 “발 길이뿐만 아니라 발볼, 높이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사이즈 선택 시 실패 확률이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펄핏이 지난해 5~6월 300명에게 테스트한 결과 90% 이상이 “펄핏이 추천한 사이즈가 꼭 맞는다”고 답했다. 회사는 펄핏R의 측정 정확도를 높이고 펄핏S를 통해 신발 제품의 치수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한 뒤 올해 상반기 펄핏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선용 펄핏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발 사이즈 측정 기기에 발을 넣고 태블릿PC와 연동해 AI 기반 펄핏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선용 펄핏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발 사이즈 측정 기기에 발을 넣고 태블릿PC와 연동해 AI 기반 펄핏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2011년부터 3년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IBM에서 3년간 컨설팅 업무를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2014년 퇴사 후 지인들과 첫 창업을 했다. 1인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이나 강연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생각보다 순탄치 못해 9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실패를 맛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퇴직금을 투자해 2015년 9월 여성 신발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창업한 것. 단순히 신발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취향이나 신체 특성에 맞게 신발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더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새 사업은 펄핏의 모태가 됐다. 이 대표는 “당시 신발을 팔 때 고객 문의 중 10건 중 7건이 제품 사이즈 질문이었다”며 사업 착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펄핏은 궁극적으로 데이터기업을 꿈꾸고 있다. 펄핏S를 활용해 방대한 신발 치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 신발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주요 브랜드 제품을 우선적으로 측정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여름부터 나이키코리아와 업무 협약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서울 신사동에 있는 스포츠용품 업체 브룩스에 펄핏R을 임대하며 첫 수입(2년간 840만원)도 올렸다. 펄핏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2년간 7억원의 투자 지원도 받고 있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대표의 또 다른 바람도 있다. “많은 매출을 내고 브랜드가 유명해 지는 게 궁극적인 목표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모험에 동참해 준 동료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요.”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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