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변하는 소비 트렌드로 길어야 2년 이상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유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유독 오래 앉아 있는 장수 CEO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수의 비결은 지속적인 실적 개선 등 우수한 경영 성과가 일반적이지만, 조직의 안정적 관리 등 경영 이외에 외적인 변수가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05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올해로 14년째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차 부회장 롱런의 직접적 원인은 뛰어난 실적 개선이다.
LG생활건강은 그가 취임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3년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화장품, 음료, 생활용품 등으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해 최근 화장품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조 6,000억원대로 전망돼 차 부회장이 취임한 2005년(1조121억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불어났다.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 대표도 실적 개선을 통해 장수 CEO 반열에 오른 경영인이다. 지난 2007년 CEO를 맡은 이 대표는 꼼꼼한 매장 관리와 사이렌오더 등 최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식음료 업계 불황 속에서도 스타벅스의 나홀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07년 1,344억원에 불과했던 스타벅스 매출은 지난해 이보다 11배 많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이 없어도 안정적 리더십을 장점으로 CEO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지난 2012년 CEO 자리에 오른 뒤 두 번 연임 끝에 올해로 7년째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장 대표 취임 후 신세계백화점은 서울시내 면세사업에 진출하고 대구 신세계 출점, 서울 강남점 확대 등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다. 또 화장품 유통과 가구제조 등 신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984년 신세계에 입사 한 뒤 30여년 간 백화점 업계에서 발을 담가 온 ‘백화점 전문가’다. 유통업계는 백화점 산업 구조 변환기 안정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신세계가 장 대표에게 회사 경영의 키를 장기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변동이 크지 않는 제지업계 등에서도 안정적 리더십을 내세운 장수 CEO가 자주 나타난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은 지난 2012년 취임 후 올해로 7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지업계 라이벌인 무림페이퍼 김석만 대표도 2014년 취임 후 올해로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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