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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삼인성호” “양두구육” 얼굴 붉힌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

입력
2019.01.04 16:58
수정
2019.01.04 20:4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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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배계규 화백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배계규 화백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선 ‘얄궂은 운명’이 화제였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두고 창과 방패로 맞붙어서다. 나 원내대표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며 대학 동기의 국회 첫 출석을 끌어냈다.

외나무다리의 두 사람은 어색한 악수만 가볍게 나누고는 날 선 기싸움을 펼쳤다. “삼인성호”(세 사람의 입으로 호랑이도 만든다)라며 한국당 공세에 유감을 표한 조 수석에 나 원내대표는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 정권”이라 받아쳤다. 앞서 나 원내대표가 “조 수석의 사퇴”를 꺼낸 지난달 23일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 노래 ‘No Surrender’(굴복은 없다)와 ‘맞으며 가겠다’는 문구의 사진을 실었다.

학창 시절에는 서로 관계가 좋았다고 알려졌다. 조 수석은 2010년 펴낸 대담집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노트 필기를 잘해 가끔 빌렸다”고 회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2012년 방송에서 두 살 어린 조 수석을 두고 “별명이 ‘입 큰 개구리’였는데, 동기 사이에서 귀여운 동생 보듯 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노선은 크게 엇갈렸다. 조 수석은 학계에서 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김상곤 혁신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발탁됐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로 지내다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특보로 정계 입문하며 보수당에서 4선 의원이 됐으며, 최근 한국당 계열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됐다.

서로 얼굴을 붉힌 이번 대결은 두 사람 모두의 시험대였다. 조 수석은 위기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품어온 여권 우려를 데뷔전에서 잠재워야 했고, 나 원내대표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대여 투쟁력을 내보일 무대였다. 누가 더 나았는지는 생중계로 본 국민이 판단했으리라.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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