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메아리] 국정 운영이 신통치 않은 이유

입력
2019.01.04 18:00
수정
2019.01.15 15:55
26면
0 0

내각 존재 이유 부정하는 만기친람

실패 인정 않으려니 땜질 처방 많아

집권 3년 차, 통치보다 정치와 협치를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지난해 초 70%대로 시작했다가 45%대로 마감했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집권 3년 차로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지지율이 50% 이하로 내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울 것은 없다. 경제 성적도 좋지 않고 정부의 치적이 될 만한 남북관계는 밀운불우(密雲不雨)다. 구름만 잔뜩 끼어 있을 뿐 비는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개인지지도가 60%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은 좋은데 국정 운영은 신통치 않다’는 풀이가 되겠다.

이유가 뭘까. 우선, 조직과 사람을 부리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장 국민들은 누가 장관인지,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군주의 도리이고, 일을 알아보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했다. 사람을 알아봤으면 일을 맡기되 책임과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대통령이 군주는 아니지만 리더십 차원에서 유사한 역할을 한다. 중국 역사에서 인재 활용에 관한 분석을 해놓은 렁청진의 저서 ‘변경’이 참고가 될 만하다. “북은 다른 악기의 소리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잘 융화해 낸다. 진정한 군주의 도를 체득한 황제는 문무백관들이 책임지고 있는 일들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최고 통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모든 사안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시시콜콜 결정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권력을 움켜쥐고 만기친람 행태를 보이는 것은 내각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고 책임도 강하게 묻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위험성은 정부 부처의 일이 틀어지면 청와대가 몽땅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조만간 비서진을 개편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또 하나는 정책의 피드백 과정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정책이 만들어져 시행에 들어가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피드백을 통해 정책의 중대한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불가역적 정책이 많은 데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책 도그마’도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오류가 생기면 근본적 처방보다는 땜질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모두 서둘러 뛰다가 생채기가 났다. 이후 온갖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반창고로 덕지덕지 붙인 꼴이다.

더욱이 정책의 실패를 프레임과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습성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와 송년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서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 감정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언론 등의 탓으로 돌리려는 행태다. 통계 마사지 등으로 현실을 가리려 하는 성향도 간간이 나타난다. 또 일자리 절벽, 성장 절벽, 인구 절벽이 나타나는 게 이번 정부만의 문제냐고 항변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게다가 미움과 분노가 여전하다. 입으로는 포용을 외치지만 행태는 배척으로 나타난다. 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전직 고위 관료를 감방으로 보냈고,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피의자로 소환한다. 일단 기득권 세력을 적으로 지목하고 어젠다를 장악해 정권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방식이 노무현 정부를 닮았다. “이념의 적실성과 빈곤한 업적의 간극을 노무현 정부는 말로 메웠다. 그것이 중요한 통치 양식이었다. 개혁의 내용을 우선 발설해 놓고(선언), 시끄럽게 만들고(여론 형성), 반대파를 말로 폭격하는(제압) 방식을 썼다.”(송호근의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미움과 분노는 내가 독약을 마시고 상대방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은 같이 죽게 된다는 교훈이다. 집권 3년 차에는 통치보다 정치와 협치가 절실하다. 야당과의 대화도 필수적이다. 여론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경제 살리기에 몰입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심정이다. 경제는 좌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조재우 논설위원

※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