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새해 투자은행(IB) 사업 부문 확대를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은행 수익성 악화 전망이 높아지는 만큼 가계대출을 통한 이자수익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연말연초 조직 개편 및 인사 발령을 통해 IB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기업투자금융(CIB)그룹 내 대기업영업본부를 신설했다. CIB는 상업은행(CB)과 IB를 합친 개념으로 인수합병(M&A), 금융자문 및 주선 등을 담당해 금융권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역시 CIB그룹에 부행장직을 신설했고, KB증권은 ‘IB통’으로 알려진 김성현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모두 IB 분야에 힘을 싣는 조치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조직 개편에서 IB사업단에 해외 인프라ㆍ부동산 투자, 프로젝트 금융 등을 담당하는 ‘글로벌IB금융부’를 신설했다. 또 그룹 내 IB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은행의 IB책임자 역할을 한 사람에게 맡기고 있다.
신한금융은 해외 IB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7년 7월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CIB사업부문을 5개 계열사를 통합한 ‘GIB(Group & Global IB)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시아 IB 중심지인 홍콩에 ‘홍콩 GIB’를 출범시켰다. 아시아 최대 자산운용 시장인 홍콩을 그룹의 IB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 역시 해외 IB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에 ‘글로벌 IB데스크’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 호치민과 인도 뭄바이 지점에도 IB데스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 금융 중심지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현지 회사들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지주사들의 IB사업 강화는 예대마진(예금 및 대출 금리차에 따른 수입)을 통한 ‘이자장사’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도입 등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 예상치를 지난해(11조8,000억원)보다 2조원 감소한 9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체 수익에서 비이자 이익의 비중이 글로벌 은행(40~50%)의 4분의 1 수준(9~15%)에 불과한 국내 은행의 영업 여건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IB 사업의 경쟁적 확대엔 높은 수익성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조원짜리 사업에서 1%만 수수료로 받아도 100억원”이라며 “굵직한 대규모 거래 몇 건만 성공해도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B 사업을 통해 기업 고객을 잡으면 M&A, 금융주선, 기업공개(IPO) 등 수익 원천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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