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위기 속 낭보… 환구시보 “美 아폴로는 냉전의 산물, 창어4호는 인류 꿈 실현”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4호가 3일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자 중국 대륙은 새해 벽두에 날아든 낭보에 환호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하강 위기로 침체돼 있던 중국 사회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창어4호 관련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관영 CCTV는 매시간 톱뉴스로 달 뒷면 착륙을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창어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한 것은 중국 우주항공이 창조한 역사”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착륙 성공 1시간여만에 속보 및 중국의 우주 탐사 관련 뉴스를 30개 가까이 쏟아냈고, 관영 환구시보는 “인류의 첫 달 착륙인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 미소 냉전에서 시작된 것과 달리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인류 운명공동체의 꿈을 안고 개방ㆍ협력의 이념을 실천해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라인 관영매체 펑파이(澎湃)는 “인류가 달 뒷면에 최초로 착륙하는 우주 탐사 시대를 맞이했다”면서 “창어4호는 달 지질과 자원 정보를 더욱 깊이 있게 과학적으로 탐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고, 관찰자망은 ‘자랑스럽다!’는 제하의 기사로 달 뒷면 착륙 성공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네티즌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의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는 창어4호의 착륙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축하 댓글이 쏟아졌고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네티즌이 순식간에 1,000만명을 넘었다. 한 네티즌은 “창어가 달로 날아간다더니 진짜 현실이 됐다”며 감격스러워했고, 다른 네티즌은 “탐사선의 달 뒷면 착륙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것”이라고 극찬했다.
애국심과 중국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창어4호 관련 뉴스에 “중국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중국 사람으로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글을 달았고, 다른 네티즌은 “중국의 우주 발전은 더욱 번창할 것이고 중국은 우주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을 의식한 탓인지 일부 네티즌은 “달 뒷면에 미국 사람이 다녀간 흔적과 국기가 있는지 봐달라”거나 “미국은 자신보다 30년 늦게 달 탐사를 시작한 중국에 밀렸으니 어지간히 배가 아플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달 뒷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언급한 한 네티즌은 “드디어 메가트론의 잔해를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재치 있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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