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존 레넌(1940~1980)이 미국 인기 토크쇼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그가 사회자 조 개러지올라에게 “‘비틀스의 거품이 꺼지면 뭘 할 것이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하자 개러지올라는 짓궂게 물었다. “다른 질문을 해보죠. 비틀스의 거품이 꺼지면 뭘 하실 건가요?” 레넌이 답했다. “그건 나도 모르죠. 거품이 어디 있다는 건지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레넌은 활동 당시 뛰어난 언변으로 비틀스에서 언론 인터뷰를 도맡아 했다. 도발적인 유머와 거드름은 오만함이 아닌, 록스타의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반항적인 성향, 마법 같은 창의력은 레넌을 대중음악 사상 가장 성공한 음악가로 만들었다. 비틀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를 올린 밴드로 20세기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생전 레넌을 “가장 위대하며 유일무이한 뮤지션”으로 꼽았다.
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이승열 옮김
아르테·256쪽·15,000원
마흔의 나이로 지나치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났지만, 레넌의 통렬한 말들은 음악과 함께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사의 말을 담은 책을 집필한 작가 켄 로런스가 이번엔 레넌의 생전 목소리를 모았다. 신문, TV, 잡지 등 각종 매체에서 한 발언과 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정리했다. 가족, 패션스타일, 돈 등 보편적인 주제부터 약물복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말 등 불편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아티스트, 평화주의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그의 가치관들이 일대기처럼 펼쳐진다.
레넌은 가난한 노동자 집안 출신임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지명도에 휩쓸리기를 거부했으며 순수한 뮤지션으로 남길 바랐다. “세상의 유행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늘 세상과 거리낌 없이 소통했다. 레넌은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며 음악으로 혁명을 꿈꿨다. 1969년 그는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기꺼이 온 세상의 광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완전하기도 했다. “내가 패배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아도,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생각하는 자아도 있다”며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발언을 읽다 보면 그가 왜 시대의 아이콘이 됐는지, 세기가 바뀐 후에도 우리는 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 깨닫게 된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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