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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4세 여아 사망, 막을 기회 수차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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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4세 여아 사망, 막을 기회 수차례 있었다

입력
2019.01.04 04:40
수정
2019.01.04 11: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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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친모 이모(34)씨가 친딸 A(4)양을 폭행ㆍ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아동보호기관이 A양 사망 전날인 12월 31일 가정방문을 시도 했으나 이씨의 거부로 방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을 포함해 3남매를 키우는 이씨 가정은 지속적인 아동학대가 의심돼 ‘관찰 대상’이었는데, 관계 기관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와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이씨 자녀들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2017년 5월21일이다. 첫째(10ㆍ여)가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본 이웃의 신고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방임ㆍ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법원의 피해아동보호명령에 따라 세 자녀는 이씨와 분리돼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했다. 그러나 이들은 분리 1년 만에 가정으로 돌아갔다. 학대 피해아동 보호는 원가정 복귀를 최우선으로 하는데, 법원은 이씨가 항고를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명령 변경 신청을 하는 등 이씨가 양육의지를 보인다고 판단해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원가정 복귀 이후에도 부모의 방임과 폭행 등이 이어지면서 A양은 2차례나 ‘구조 신호’를 보내왔다. 가정 복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6월에는 “아이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는 이웃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친모인 이씨의 방임으로 판단하고 상담과 교육 등을 했다. 11월에는 친부가 A양의 뒤통수를 2차례 때린 것을 이씨가 목격한 뒤 경찰에 신고, 법원은 친부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씨를 ‘관찰 대상’으로 보고 사고 직전인 지난해 12월 26,28,31일 세 차례에 걸쳐 가정 방문을 요청했으나 이씨가 만남을 미뤄 이뤄지지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의정부 4세 여아 아동학대 사망사건 일지. 김경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의정부 4세 여아 아동학대 사망사건 일지. 김경진 기자

이런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A양이 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지난 1일 오전 3시부터 화장실에서 벌을 세웠고, 오전 7시쯤 쓰러진 A양을 발견해 방으로 데려와 눕혔으나 사망했다. A양은 발견 당시 머리에 피멍이 있었는데 부검 결과 후두부 손상으로 인한 뇌출혈이 1차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A양이 숨지기 전날인 31일 저녁에 잠을 자지 않고 집안을 왔다갔다 한다며 프라이팬으로 머리 부분을 툭툭 쳤다고 진술했다. 의정부 경찰서는 3일 이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전문가들은 A양이 가정으로 돌아간 후 두 차례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음에도 보다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신고가 이뤄진 후 사후관리 서비스는 부모가 가해자여도 동의를 받고 진행해야 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A양처럼 원가정 복귀 직후부터 추가 학대 신고가 들어올 만큼 위험이 컸다면 재분리 등의 조치가 더 긴급하게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동방임은 학대행위가 분명하지만 범죄 이전 단계여서 적극적인 사후조치를 할 수 없는 점도 한계다. A양의 원가정 복귀 이후 친부는 폭행이 신고돼 분리 조치가 이뤄졌지만, 친모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이 방임 단계로 판단했기 때문에 상담ㆍ교육 등을 강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유형 중‘방임’(16.1%)은 세번째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 때문에 2016년 국회에서도 학대위험이 있는 아동 보호자의 상담ㆍ치료 명령을 의무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돼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 “방임까지 포함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대, 논의가 중단됐다. 변효순 복지부 아동권리과장은 “이번 사건처럼 아동 방임이 치명적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임단계부터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도록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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