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습동건’(西濕東乾ㆍ서해안은 습하고 동해안은 건조). 최근 한반도의 대기 상황이다. 이는 겨울철 서쪽에 찬 대륙고기압, 먼 동해상에 저기압이 머무는 ‘서고동저’형 기압배치 때문이다. 이에따라 봄과 가을철에 집중됐던 동해안 산불이 겨울철에도 발생하고 있다.
3일 산림청에 따르면 기해년 새해 벽두부터 발생한 강원 양양산불로 축구장 면적(7,140㎡)의 28배가 넘는 20헥타르(ha)가 소실됐다. 앞서 지난해 1월에도 강원 양양(18ha), 부산 기장(65ha)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는 등 동해안에서 겨울철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이는 서고동저형 기압배치로 서쪽 고기압으로부터 발생한 찬 북서풍이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눈구름이 만들어져 서쪽지방에 눈이 내리는 반면 내륙 동쪽으로 가면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차고 건조한 북서풍도 동해안을 건조하게 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북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과 유사하게 대기가 따뜻해지고 더 건조해진다”며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나무나 숲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전라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대설특보까지 발령됐지만 동해안에는 3주 넘게 건조특보가 발효 중에 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이번 산불의 원인이 된 바람은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고,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잡는 ‘남고북저’로 인한 양간지풍(양양~간성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강풍)과 다르다”며 “이번 산불이 대형화한 것은 밤이 되기 직전에 발생해 소방헬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했으며 건조한 날씨 속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통 1월 하순에 들어서 한반도에 동풍이 불기 시작하면 ‘서건동습’(서해안은 건조, 동해안은 다습) 형태로 바뀐다. 윤기한 통보관은 “보통 예년에는 1월 하순이 되면 겨울 들어 만들어진 기압 배치가 달라지면서 동해안은 눈 걱정, 서해안은 산불 걱정 하는 것으로 뒤바뀔 수 있다”며 “특히 동해는 바다가 깊어 수온이 따뜻한데다 바다면적이 넓어 구름이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서해안보다 더 많은 눈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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