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이하 기업은 절반만 ‘빨간날’ 유급휴일
3ㆍ1절과 광복절, 설날, 어린이날, 추석….
내년부터 민간기업 근로자도 이른바 달력의 ‘빨간 날’에 급여를 받으며 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이 제도를 모르고 있으며 대부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민간기업 공휴일 적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사업장(2,436곳) 중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공휴일 적용과 관련된 규정을 둔 비율은 56.2%(1,369곳)으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휴일(일요일)과 근로자의 날만을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어 지금까지 관공서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려면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거나 취업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ㆍ영세기업에서는 공휴일에 본인의 연차를 쓰거나, 휴일이더라도 무급인 사례가 발생하곤 했다. 실제로 5~29인의 소규모 사업체에서 관련 규정을 둔 경우는 54.8%로 100~299인 사업체(64.7%)나 300인 이상 사업체(67.7%)보다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별로 공휴일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휴일로 지정한 ‘약정휴일’ 일수도 들쭉날쭉했다. 공공부문의 평균 약정휴일 일수는 15.9일로 대부분의 공휴일을 인정받았지만, 개인사업장(민간부문)은 10.9일만을 쉬었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공휴일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민간기업 근로자에게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준비기간을 고려해 2020년 1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이를 우선 적용하고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부터, 5∼29인 사업장은 2022년부터 순차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체들은 무대책이다. 공휴일 유급휴일 적용에 대비한 계획 여부를 묻자, 93.8%의 기업들이 특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심지어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제도 변화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유식(54)씨는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공휴일 제도 변경에 대해선 까맣게 몰랐다”면서 “하마터면 범법자가 될 뻔 한 거 아니냐”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과 무관하게 이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연구 책임자인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기업체는 물론이고 근로자들도 제도 변화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홍보 및 컨설팅 등을 확대해 사전에 대비토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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