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역 거점도시들에 대한 정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경제협력 확대를 적극 모색하는 의미와 함께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시 북한 개발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3일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압록강 중류 내륙에 위치한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대북 육로(도로)통상구를 국가급(1급)으로 승격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북한ㆍ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두만강 하구의 지린성 훈춘(琿春)의 육로통상구도 국가급으로 승격시켰다. 이로써 압록강 하구의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 두만강 상류의 지린성 투먼(圖們)을 포함해 북중 간 핵심 교역거점은 4곳으로 늘었다.
중국의 통상구는 세관과 시장의 기능을 겸하는 국경 통로구역으로 국가급과 성(省)급(2급)으로 구분된다. 북중 접경 거점도시들을 국가급으로 승격한 것은 북한과의 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은 해당지역의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섰다. 북중 교역물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단둥에선 2014년 완공 후 미개통 상태인 단둥~신의주 간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해 북한 측 연결도로 정비에 6억위안(983억원)을 지원했다. 랴오닝성정부는 지난해 9월 단둥~평양~서울~부산 간 철도ㆍ도로ㆍ통신망 연결 등을 통해 단둥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한 축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훈춘에서는 연간 10만톤인 화물 처리능력을 20만톤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 함경북도 경원군 통상구와 연결된 교량을 보수ㆍ확장하는 공사가 확정됐고, 투먼에서도 함북 온성군 남양통상구까지 연결되는 국경다리를 건설 중이다. 지안통상구에선 내륙항을 조성해 중국ㆍ러시아ㆍ몽골을 아우르는 경제회랑에 한반도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3년 완공 후 개통이 미뤄져 온 지안~만포(북한 자강도) 간 대교도 조만간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접경지역 소식통은 “중국은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인데다 북한이 경제발전에 매진할 것에 대비해 경협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면서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북한의 개방과 북중 경협 확대가 기본적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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