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고흥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120억원대의 대규모 해수탕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사양산업에 접어들고 전국의 지자체에서 실패한 해수탕 관광시설 대신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문화ㆍ체육시설 등 다른 시설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일 고흥군 등에 따르면 도양읍 녹동휴게소 마리안느ㆍ마가렛 봉사학교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해수탕을 건립하기로 하고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해수탕은 녹동항 바닷물을 끌어와 남녀 목욕탕과 24시간 머물 수 있는 찜질방 등을 갖춘다. 군은 기본설계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착공해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전임 박병종 군수가 추진, 지난해 일부 공사에 들어갔으나 6ㆍ13지방선거에서 송귀근 군수가 당선된 후 “목욕탕 사업은 민간 경제 영역이고 수익성도 담보되지 않는다”는 인수위원회의 지적이 있자 사업을 보류했다.
하지만 고흥군은 송 군수가 공약으로 내세운 ‘도양읍 수영장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해수탕 사업을 재추진했다. 군은 애초 계획했던 해수탕 부지 바로 옆에 수영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사업비도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했다. 사업비 대부분은 군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해수탕 관광은 사양산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관내에 이미 대기업에서 호텔과 놀이시설, 해수탕을 갖춘 대규모 리조트 공사를 하고 있어 민간업체와 경쟁하다 자칫 사업비만 날리고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전남 영광군이 2010년 197억원을 들여 만든 해수온천랜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2014년 충남 금산군이 200억원으로 조성한 한방스파가 4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구례군 산동온천지구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온천관광 명소인 경남 창녕 부곡하와이는 운영 38년 만에 문을 닫았다.
도양읍 주민들은 “재정자립도 최하위인 고흥군이 몇 년 안에 문을 닫게 될게 뻔한 목욕탕 사업에 거액의 혈세를 퍼붓는 것은 예산낭비 전형”이라며 “전국적으로 실패한 해수탕 사업 대신 다목적 스포츠센터나 노인운동 치유센터 등을 짓는 게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수탕 부지 인근에 소록도와 금산 등 관광코스가 많아 이곳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공사 착공까지 행정절차가 충분히 남아있는 만큼 사업타당성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들어 사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