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버스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던 충남 천안시가 여론의 뭇매에 시행계획을 접었다.
천안시는 시내버스 기사의 인사의무화를 강제하지 않고 자율참여를 독려하겠다고 3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11월 지역 시내버스 회사 3곳에 “전 노선을 운행하는 모든 차량의 운전사는 핸즈프리를 착용하고 승객이 차에 오르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의무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시는 운수사업법 제23조에 적시된 ‘시내버스의 안전운송 확보와 서비스 향상’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반할 경우 1건당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 해당 운전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적발된 운전사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운전사의 불친절 민원 접수가 연 평균 450건에 이른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민간인 18명, 공무원 7명 등 25명의 단속반을 구성하고 암행감찰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운전 중 인사가 기사의 집중력을 저하해 안전을 위협한다는 의견과 인사를 강요하는 것이 기사 인권을 침해한다는 여론 등 반대의견이 들끓었다.
운전사 A씨는 “하루 16시간 동안 핸즈프리를 착용하고 수없이 많은 승객을 향해 인사를 하다 보면 운전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천안시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벌금을 물린다는 건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을 내기도 했다.
천안시의회의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했다.
시의원들은 과징금 부과보다 운전사들의 운전 습관과 근무환경을 개선해 친절운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인 의원은 “인사를 자발적이 아닌 반강제적으로 하게 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선태 의원도 “서로 눈을 마주하고 인사해야 진심 어린 친절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는 뒤늦게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인사 의무화를 자율시행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버스 기사 스스로 불친절 행위 근절 및 친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친절교육 지원, 결의문 작성, 해외여행 인센티브 제공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의 안전운행과 친절을 저해하는 행위 근절을 위해 잘한 기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불친절한 기사에게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통해 안전운행과 친절운행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