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40개 점포가 폐허가 된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 화재는 사실상 불에 무방비 상태인 전통시장의 처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낮 12시20분쯤 나동 1층 신발가게에서 발생한 이 불은 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점포 40곳을 태우고 1시간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면적이 1만4,651㎡인 중앙시장은 1960년대 지어진 탓에 점포가 다닥다닥 붙은 데다, 가연성 물질이 많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지붕과 천장 사이 공간이 연소 통로 역할을 하면서 불길이 크게 번진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화재 당시 진화차량 진입도 쉽지 않은 가운데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 제천시와 횡성군 등 인근 지역에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특히 원주 중앙시장 화재는 옥외소화전 등 일부 시설을 갖추기는 했으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대구 서문시장, 인천 소래포구 화재를 겪고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대상을 중앙통로와 아케이드 등 공공영역으로 한정해 개별점포까지 소방설비 의무화가 확대되지 않은 탓이다. 밀집도가 높은 점포의 소방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한 언제든 대형 화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대구 서문시장 등 전통시장에서만 해마다 40여 건의 화재가 나 평균 66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기를 비롯한 안전시설 개선, 소방로 확보, 스크링클러 설치, 가스통 정비 등 설비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편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후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소방 등은 평소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은 없었는지 화재 당시 대피방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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