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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외국인 관광객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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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외국인 관광객은 예외?

입력
2019.01.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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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부터 유ㆍ무상 제공 금지, 일부 마트 편법 제공했다 수거 소동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트에서 제공해 준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 이순지 기자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트에서 제공해 준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 이순지 기자

“저 비닐봉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겁니다. 내국인한테는 안 팔아요.”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양손에는 마트 이름이 크게 적힌 불투명한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전체 고객 중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30%에 달하는 이 마트에선 외국인 관광객에겐 1,000원을 받고 비닐봉지를 팔고 있었던 것. 2016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요청이 많아 내놓았던 것으로, 면세점에서 주로 사용해 ‘면세점 봉지’로 불리기도 한다.

외국인 관광객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본 시민들 반응은 싸늘했다. 비닐봉지 사용을 하지 않으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왔다는 박진숙(45)씨는 “2019년 새해부터 비닐봉지 제공이 중단됐다고 뉴스에서 들었는데, 관광객들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있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시행규칙이 외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줄 알았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던 비닐봉지를 전부 수거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새해부터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50평 이상 큰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지 사용 자체를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편법 비닐봉지 제공이 잇따르면서 “금지 조치의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닐봉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 이용 빈도가 높은 곳이다. 중국인 관광객 왕웨이(33)씨는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모를 정도로 슈퍼마켓에서 쉽게 비닐봉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슈퍼마켓 직원은 “보통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건도 많이 사고 따로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비닐봉지를 안 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지역 또 다른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비닐봉지를 제공하자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도 있었다. 대학생 이현승(22)씨는 “비닐봉지를 외국인에게는 주길래 저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관광객의 편리함을 위해 비닐봉지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국인에게는 왜 똑같이 제공하지 않냐’는 질문에 슈퍼마켓 관계자 이모(55)씨는 “내국인들은 비닐봉지 사용 금지인 것을 알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비닐봉지 사용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인스타그램 등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 관련 안내 게시물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 관련 정보를 올리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우리에게도 (환경을 지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은 에코백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중국어 안내가 올라오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비닐봉지 사용 금지와 관련된 시행규칙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라도 비닐봉지를 제공해선 안 된다”며 “앞으로 벌어질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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