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 규모 추가 붕괴 가능성”…해안 500m 이내 경계령
지난해 잇단 지진과 화산폭발, 그에 따른 쓰나미로 고생했던 인도네시아가 새해 또다시 공포에 빠졌다. 지난해 말 순다해협을 덥친 쓰나미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에서 새로운 균열이 발견돼 이전 수준에 필적하는 규모의 재앙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의 드위코리타 카르나와티 청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1일 화산 상공에서 관측한 결과 바닷물 아래에서 연기가 솟고 있었고, 산 표면에도 연기를 뿜어내는 균열이 확인됐다”며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에 두 개의 깊은 균열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균열들이 인접해 있고, 깊은 곳까지 진행된 점을 들어 “화산이 추가 분화할 경우 균열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경사면이 약화해 산의 일부가 재차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려대로 붕괴가 현실화한다면 최악의 경우 약 6,000만㎥ 화산분출물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22일 5m의 쓰나미를 일으켰던 붕괴 규모는 약 9,000만㎥이다. 그는 “이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며 “해안에서 500m 이내에 머무는 이들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순다해협 일대에선 지난달 22일 밤 최고 5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해 최소 437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위치한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의 남서쪽 경사면 64㏊(64만㎡)가 무너지면(해저 산사태) 쓰나미를 유발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후 아낙 크라카타우의 높이는 338m에서 110m로 줄었다.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은 지난달 말부터 분화가 중단했지만, 현지 재난 당국은 조만간 분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면서 화산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심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분화, 쓰나미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2004년에는 수마트라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올해 9월 말에는 규모 7.5 강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섬을 덮쳐 2,101명이 숨지고 1,373명이 실종됐다.
잇단 대형참사에 인도네시아인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 영문 매체인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 1일 오후 남술라웨시 주의 주도 마카사르에 쓰나미 모양의 대형 적란운이 밀려오는 바람에 여객기 착륙이 지연되고 일부 주민이 공황 증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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